1744호 10월 13일자 3면 “가을 축제, 무엇을 남겼나” 기사를 읽고

축제. 어딘가 설레는 그것. 축제는 즐거운 공기가 캠퍼스를 떠다니게 하고, 학우들이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달콤한 꿈이다. 언젠가부터 이 달콤한 꿈을 만들어내고, 그 꿈에 동참하는 일이 어려워졌다고들 한다. 지금, 우리에게 축제는 무엇일까? 축제가 즐겁길 기대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삶이 즐겁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축제를 향한 열망의 틈새에 일상을 뒤집고픈 열망이 배어 있진 않은지 한번 음미해 보자.

사전을 보면 축제(祝祭)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다. 내친김에 축하(祝賀)도 찾아보면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 한다는 뜻의 인사’라고 나온다. 우리 삶에서 서로에게 축하를 건넬 만큼 기쁜 일들을 얼마나 찾아볼 수 있을까. 시험과 리포트가 너무 많아 축제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믿기지 않게도 실화다. 우울한 학생들이 많아 서울대인을 위한 24시간 심리상담까지 생겼다는데, 삶의 무게를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축제는 새로운 사업과 아이디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꾸준한 기획이 일상적인 문화 사업으로 풀어지고, 삶을 축하할 수 있는 조건을 조금씩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경쟁과 배제에 대한 공포를 넘어 서로가 즐거울 수 있는 원리를 밝히는 축제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개인과 자치단위가 일상적으로 대학문화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실험해 보는 기획을 함께 해야 한다. 지난호 ‘축제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에 나온 단과대나 동아리연합회와 연계하는 대학축제도 이런 맥락에서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축제기간 인문대 학생회는 ‘학술의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첫 학술제를 진행했다. 각반 학회들과 문학·사회과학·여성주의 포럼을 통해 삶의 조건을 밝혀보는 지식을 나누고 해방터 사진전, 시화전을 꾸렸다. 축제가 그러했듯 학술제도 저조한 참여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일상으로부터의 저항의 경험들의 ‘시작’이기에, 삶을 기쁨과 ‘축하’로 구성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축적’이다.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마음으로 일상에서부터 축제를 만들어 가보자. 다양한 자치단위들의 노력이 모여 지금부터 축제를 일궈나간다면 다시 축제에서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오미경 인문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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