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9회 세포생물학세계학술대회

생명과학부

제9회 세포생물학세계학술대회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주관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10월 7일(화)부터 나흘간 개최됐다. 이 학술대회의 공통적인 주제는 세포였다. 그렇게 많은 과학자들이 세포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는지가 일반인들에게는 어쩌면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구성되어있다. 세포는 핵을 포함한 세포 내용물이 막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구조로 돼있다. 그렇지만 생명의 기본단위가 세포이기에 생명현상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세포를 대상으로 연구해야 한다.

같은 유전정보
다양한 세포 구성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동일한 유전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직에 따라 세포의 형태 및 기능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백혈구 세포는 정형화된 형태가 없는 반면, 신경세포는 길이가 무려 1m나 되는 긴 축색돌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뼈도 골세포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한다. 동일한 유전정보로부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세포를 구성할 수 있는지는 세포생물학의 큰 주제의 하나이다. 이는 각 세포마다 발현되는 유전자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마이클 로젠펠드 교수(미국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생물학과)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특정세포로 분화해 가는 과정에서의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하여 보고하였다.

세포, 자기복제로
유전정보 전달

사진: 이건수 교수 제공

세포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자기 복제에 있다. 사람은 정자와 난자가 합체된 수정란이라는 단일세포로부터 유래한다. 이 단일세포는 세포분열을 통하여 세포 숫자를 늘려간다. 이때 모세포는 두 개의 딸세포에 동일한 유전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만일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 세포의 자기복제 기전 및 줄기세포의 특성 분석에 관하여 브루스 스틸만 박사(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를 포함한 다수의 학자들이 그들의 연구를 보고하였다.

외부환경에 적응
변화하는 세포

세포는 외부의 환경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먼저 외부환경의 변화를 감지해야 하고 이에 대응하여 적절한 반응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음식물섭취에 따라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세포는 이를 인지하여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고 혈당이 내려가면 분비를 멈춰야 한다. 만일 이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당뇨병에 걸리게 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니트릭옥사이드(NO)라는 가스가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임을 밝힌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루이스 이그나로 교수(미국 UCLA·약리학과)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신호전달물질의 기전에 관하여 보고하였다.

생명현상 이해 위한
세포생물학

이상의 몇 가지 예로부터 알 수 있듯이 세포생물학자들은 세포의 다양한 특징들을 연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죽어야 하는가?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생명체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그리고 사람들 간의 차이는? 이런 삶의 문제를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 세포생물학이다. 이런 담론의 중요성은 세포(Cell)가 생명과학의 가장 권위 있는 논문집의 제목이라는 데서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세계 40여개국으로부터 약 4천명의 과학자가 참석해 13개의 기조강연을 포함한 28개의 심포지엄에서 2백여개의 강연이 진행되는 등, 그 규모면에서도 대단하였다. 노벨상 수상자인 이그나로 박사를 포함하여 명망과 실력을 겸비한 학자들이 기조강연 연사로 초청되었다. 또한 일반강연자들도 각 분야에서 선도역할을 담당하는 국내외 학자들로 구성되었으며, 세포생물학의 최신 동향을 제시하는 수준 높은 발표가 진행되었다. 특히 연구 내용이 담긴 포스터가 1천8백개나 전시되어 학술대회에 참석한 학자들 사이에 직접적인 대화가 활발했었다.

규모와 내용 면에서 대단한 수준의 국제 학술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학술대회는 세포생물학 분야의 최신 연구동향을 파악하게 함으로써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앞선 곳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이 이미 겪었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앞선 학자들이 해결해놓은 문제들을 뛰어넘어 발 빠르게 개인의 독창력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과학에 있어서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교환하는 작업은 창의적인 생각을 개발해 가는 데 필수적이다.

국제학술대회의 또 다른 목적은 학자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 있다. 지금까지 기초과학의 주류는 미국과 유럽이었고, 아시아는 변방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한국 과학도 세계의 정상과 겨룰 만큼 급속도로 발전하여왔다. 서울대 생명과학분야가 세계대학순위의 40위권에 있다는 것이 한국 과학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렇게 괄목할 만한 한국 과학을 세계 정상급 학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 외에도, 좀 더 활발한 인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부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과학도 개인적인 접촉으로 말미암아 신뢰를 쌓게 되고 이는 한국 과학이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제세포생물학회는 한국학자들에게는 첨단 연구를 배우고 외국학자들에게는 한국의 괄목할 만한 연구를 배우는 융합의 장이었다.

이건수 교수
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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