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문학과 지성사┃336쪽┃1만원

“다음 날 새벽이 오기 전에 나는 밤새 숲 속에 퍼지던 그 노랫소리를 들으며 한 사람을 죽였다. 흥얼흥얼 나는 노래를 불렀다. 밤과 숲의 어두운 노래를 따라.” 해연은 살인 후 노래를 부른다. 왜? 이야기는 1932년 9월, 용정에서 시작된다.

지난달 30일 김연수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가 출간됐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초 북간도 항일유격 근거지에서 벌어진 ‘반(反)민생단 투쟁’이다. 이 투쟁중 항일혁명가 5백여명이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 일본군의 토벌에 의해 희생된 숫자보다 혁명조직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서 죽고 죽인 숫자가 더 많았던 비극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다.

1932년 , 해연은 엘리트만 근무하는 일본의 남만주철도주식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우쭐해 있다. 게다가 예쁜 음악 선생 정희도 그를 사랑하고 있어 행복하기까지 하다.

그의 행복한 삶에 갑자기 불행이 찾아온다. 어느 날 그는 일본총영사관으로 끌려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다. 연인 정희가 같은 중국공산당원인 박길룡과 함께 프락치활동을 했으며 둘은 연인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녀는 일본군의 정보를 빼내려 나카지마 중위와 단 둘이 방에 있다가 자살했다. 변절한 공산주의자로 과거에 정희를 사랑했으며 현재는 일본총영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최두식이 이를 발견했다. 연인의 비밀을 알게된 해연은 ‘과연 객관적 진실이 실재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해연은 정희를 이해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원이 된다. 그 후 해연은 ‘존재하지 않는’ 민생단을 죽이기 위해 중국공산당원들이 서로를 죽이는 ‘반민생단 투쟁’을 겪는다. 해연은 또 다시 ‘객관적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세계가 무너짐을 느끼면서 ‘현재,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린다.
해연은 박길룡에게서 최두식이 정희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박길룡을 죽이고 최두식을 찾아 나선다.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저자는 “결국 우리는 어제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 반드시 복수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내 눈앞에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이게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라면.”이라는 결론을 책 한편에 남겨 놓았다.

소설은 ‘좋은 세상을 만들자(독립을 이루자)고 맹세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죽인’ 역사의 비극을 파헤친다. 작가는 ‘열망의 결과’ 보다 ‘열망 그 자체’에 주목한다. “열망으로 이뤄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열망은 결코 원인이 아니다. 열망은 그 자체로 결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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