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이소연 옮김┃민음사┃394쪽┃2만원

우리는 왜 고전을 읽는가. 어쩌면 대학 입시를 위해, 논술 면접을 위해, 혹은 어머니 등쌀에 밀려 읽지 않았나. 고전 읽기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읽은 것이다. 게다가 고전을 읽겠다고 결심해도 수많은 권장도서목록에 압도당해 무엇을 읽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 5일(일)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가 번역·출간됐다. 책은 예상과는 달리 고전을 읽어야하는 당위성을 강변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현대 이탈리아 작가로 가장 많은 책이 번역되고 소개된 인물’인 저자는 책에 저자만의 ‘고전 지도’를 그려 놓았다. ‘독자’ 칼비노의 모습은 고전을 읽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말해주고 있다.

책은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에세이로 시작된다. 저자는 ‘고전은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 주는 책’ 등의 정의를 소개하고 그 유용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고전의 유용성보다 우리가 취해야 할 ‘죽음을 앞두고 음악 한 소절을 배웠던 소크라테스와 같은 자세’를 더욱 강조한다.

발자크의 『페라거스』 역시 저자가 좋아하는 고전이다. 발자크에 따르면 이 소설은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한 내밀한 심리적 드라마’다.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라고 했거니와, 칼비노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 소설을 읽어낸다. 그는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살아 있는 도시이자, 생물학적 연속성을 보이는 괴물과도 같은 파리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페라거스』는 비를 맞는 행인들을 그린 판화, 거리의 부랑자들에 관한 관찰 등에서 보이는 도시의 초상과 클레망스가 남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잘 드러나는 심리극적 요소를 잘 조화시켰다.

책에는 레몽 크노나 프랑시스 퐁주를 비롯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처럼 고전이라 하기에는 다소 낯선 작품들도 등장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고전을 접한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칼비노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고전으로 채운 서가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서가에 있는 고전작품을 하나 뽑아들어 ‘자신만의 고전 지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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