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생 심리적 문제있어
서울대생 7% 자살충동
이들의 대학생활 적응 위한
학교 차원 도움 절실

심리학과
최근 유명연예인의 연이은 자살로 전국민이 충격에 휩싸이며 술렁거렸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매스컴의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일 평균적으로 33명에 달한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서 연간 13,000여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 이뿐인가? 한국인의 이혼율, 중년남성 돌연사율, 1인당 알코올 소비량 등은 수위를 다툴 만큼 상위권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행복지수 역시 중하위권에 속한다. 한국인은 지난 수십년간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가 경탄하는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다지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서울대인의 정신건강은 어떨까? 서울대생의 대학생활에 관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약 30~40%의 학생들이 상당한 심리적 어려움을 지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7%의 학생들이 자해 또는 자살 충동을 지닌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3~8%의 학생들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매년 20% 이상의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휴학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800명 내외의 학생들이 성적부진으로 학사경고를 받고 있다. 학사제명, 자퇴, 미등록, 사망 등의 사유로 매년 300~400명의 학생이 제적되고 있다. 올해도 1학기에만 197명이 제적되어 학교를 떠났다.

서울대생이 어떤 존재들인가? 개개인 모두가 혹독한 입시경쟁 속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어낸 그야말로 보석 같은 소중한 인재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부진과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캠퍼스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교가의 가사처럼 전국의 뛰어난 인재들이 다 모여드는 서울대가 과연 인재양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자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과 더불어 우리 대학에도 불행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학생처의 주관 하에 관련 보직교수들이 모여 학생 정신건강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였으며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 일환으로 ‘서울대인을 위한 24시간 상담전화’ 스누콜이 올 3월에 개통되었다. 심리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전화를 통해 심리전문가와 즉각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후속조치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단과대 차원에서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지원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과대마다 학생들이 겪는 고민의 유형이 다를 뿐만 아니라 거대한 캠퍼스에서 상담기관에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문대와 치대를 비롯한 단과대가 자체적인 학생상담실을 개설하는 등 학생의 정신건강과 자기계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소그룹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수와 학생 그리고 선배와 후배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단과대가 늘어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우리는 성과 중심의 경쟁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개인의 생명과 행복을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교육기관인 대학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존재다. 배움과 가르침은 건강한 관계의 토대 위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행복과 정신건강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 역시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밝혀져 있다. 학점과 연구성과를 위해서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학 캠퍼스에서의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면 배움과 연구의 열정도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싸늘한 기운이 속살을 파고드는 가을의 교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서울대 구성원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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