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먼 소비자주권 시대
정부의 이벤트성 대책보다
진정한 소비자주권 위한
장기적 감시와 안목 필요

소비자학과 석사과정
소비자의 시대다.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특정 이익집단이나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소수의 약자·불만표출집단으로서 생각되지 않는다. 국민 스스로가 자신을 소비자로 인식하기에 이르렀으며 자신의 권익과 소비양상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 권익 보호 프로그램’의 때아닌 선전과 나날이 이슈화되고 있는 소비문화와 트렌드는 소비자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주권이 실현되고 그들이 원하는 소비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왔을까.

얼마 전 미국산 쇠고기 사태를 기억하는가. 멜라민이나 쥐머리 새우깡, 기생충알 김치는 어떠한가. 우리는 그러한 피해에 대해 예전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냈고 소비자의 주권에 대해 얘기해 왔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언제까지 지속되었으며 그에 대한 사회적 주시와 정책적 마무리는 확실히 되었는가. 정부와 기업은 과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제대로 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 아니, 소비자들은 그에 대한 관심이 충분히 있는 것인가. 곤란을 겪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고비를 넘기려는 정부와 기업의 변명을 대강 듣고 잊어버리는 소비자들은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 먹거리 파문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면에는 사고가 날 때마다 반짝쇼처럼 반복되는 정부의 대응과 항상 당하면서도 최면에 걸린 듯 믿고 마는 우리의 단순함이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에 정부여당이 발표한 ‘당정합동 식품안전 +7 대책’에 포함된 항목에도 입버릇처럼 얘기되고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않았던 것들이 많다고 한다. 식품피해 집단소송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식품안전행정체계 일원화, 안전식품제조업체 인증제(HACCP)시행, 한번의 회의도 열리지 않은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수출국 현지 위생관리 강화와 위해식품 신속대응체계 구축, 식품안전사고 긴급대응단 구성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없다. 대응책은 이미 예전부터 너무나 많이 있어 왔지만 이들을 실천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고, 또한 이를 감독하는 소비자의 장기적인 감시의 눈초리가 없기 때문이다.

적당한 재료로 생산하여 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원가를 최소로 잡아 한정하고 그 가격에 맞추어 무법타지에서 생산을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현지 공장 관리인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니라고 본다. ‘차이나 프리’를 내건 식품·일용품 판매가 속속 생기고 있는 걸 보면, 무조건 싼 것만을 고집하는 풍토는 웰빙의 열풍과 함께 점차 바뀌어 가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과 정부의 후속조치와 또 다른 예방책에 대한 감시감독은 어정쩡한 상황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고 입고 사용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이해력과 정보력, 예측능력, 그리고 정부와 국민이 패닉에 빠지지 않게 하면서 냉철히 대안을 강구할 수 있는 정책역량이다.

그대, 기억하라.

당신이 바로 소비자시대에 주권을 가진 소비자임을.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