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지난 9월 제4차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비전이 고스란히 담긴 이번 대책은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완화와 적응에 관한 중장기계획을 제시했다기에는 너무나 미흡하고 초점이 엉뚱한 데 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이용한 산업 육성계획에 초점을 맞추었다. 혹자는 기후변화를 산업 차원에서 접근하면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돈벌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산업은 어디까지나 경제적 이득 창출에 주목적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고 수익성 높은 분야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책으로서의 물정책이라면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하수 재처리나 담수화가 아니라 가뭄이나 집중 호우와 관련된 치수정책을 담아야 한다. 또 천억원 이상을 들여 산업화한 기상서비스도 그것이 과연 국민들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양질의 기상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담보해 줄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이번 대책에서는 정작 중요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목표가 분명하게 서야 그에 맞춰 실질적인 계획이 세워질 수 있고 집행의지도 확보될 수 있다. 그런데 배출저감 목표 없는 이번 대책은 그것을 그대로 집행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배출 저감 수준도 불명확하고, 따라서 집행에 대한 확신이나 의지도 가질 수가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목표를 세우려는 전략인 것 같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그것을 전제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필요하리라 본다. 지금은 눈치보고 미룰 때가 아니라, 하루 빨리 저감목표를 세우고 실천에 들어가야 하는 때다.

그리고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원자력을 2030년까지 발전 비중의 59%로 확대하겠다면서 실질적인 기후변화 주력산업으로 삼았다. 그러나 원자력 또한 우라늄의 채굴‧수송‧정제, 발전소의 건설 및 폐로 그리고 방사성폐기물의 수송‧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게다가 우라늄도 그 양이 제한된 자원이기에 원료 공급의 문제를 겪게 될 것이고, 향후 수명을 다한 원자력 발전소들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상당한 비용과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향후 기후변화 대책으로서 원자력에 우리나라의 사활을 거는 것은 원자력의 위험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상당히 불안하기 그지없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11% 정도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독일은 2030년, 2050년까지 발전의 30, 5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워가겠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비중이 현재 0.5%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너무 약소한 계획이 아닌가 한다. 기후변화의 대안으로서 재생가능에너지는 앞으로 훨씬 더 늘려가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핵심은 무엇보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기후변화에서의 적응시스템 구축에 있다. 기후변화 대책에는 그 분명한 목표 제시와 함께 우리 사회가 변모해 갈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담아야 한다. 자칫 부수적인 성장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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