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긍식 교수 (법학부)

법학부
우리 주위의 풍경. 하나, 김박사는 아침 일찍부터 무척 바쁘다. 대학으로 강의를 가야 한다. 오늘만이 아니다. 일주일 내내 그러하다. 주말에는 파김치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지금이 괜찮은 편이다. 곧 닥쳐올 방학 때는 어떻게 생활을 할지. 둘, 이박사, 밤을 새고 겨우 일을 마쳤다. 꼭 하고 싶은 분야는 아니지만 연구소에서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달, 연구에는 손을 놓아버렸다. 그런데 이번만이 아니다. 매년 주기적으로 연구자가 아닌 행정직이 되어야 한다. 셋, 박박사, 한 동안 회의 때문에 회의주의자가 되어버렸다. 다시 연구신청서를 작성하는 데 진력이 났다. 하지만 빠질 수 없다. 식구를 위하여 그나마 마음 편히 공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니까. 그런데 일과 행사는 늘어만 간다. 개인 연구는 엄두도 못 낸다. 머리 속은 텅텅 비어만 간다.

새로운 세기는 지식이 생산의 모태가 되는 지식기반사회다. 지속적으로 신지식을 창출하여 유통시키는 곳은 대학이다.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지식기반사회의 토대를 굳건히 할 수 없다.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의 주체인 교수진이 우수하고 많아야 한다.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정부에서는 지식기반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두뇌한국21(BK21) 등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사업들은 직접고용의 형태가 아니라 단기연구프로젝트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정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연구역량의 향상을 위해 공개경쟁으로 진행한다. 결국 내실이 있는 연구보다는 시류에 영합하는 단기적인 연구로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하니 수행하기 힘든 과도한 주제와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 일회성 행사가 중심이 되어 개인연구자들의 창발성을 희생하고 주관기관을 생색내어주는 데 그치고 만다. 결국 스스로 연구기반을 허물고 있는 격이다.

그러면 안정적인 연구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 동안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연구가 단기프로젝트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제도의 정비 등 장기적인 기반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전문연구자만 양산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책무를 회피하고 이를 연구자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린 격이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인지 작년부터 시작된 인문한국(HK) 사업에서는 참여자의 일부를 정규교수로 임용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기의 기획성 연구지원은 폭죽 마냥 잠시 화려하게 빛이 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빛은 잠시이고 온기도 곧 사라진다. 국가의 직접적인 투자를 늘리는 것, 연구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정도이며 해답이다. 현재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석학을 초빙하고 있다. 이 역시 반짝 타는 폭죽이지 계속 열기를 주는 장작불은 결코 아니다. 사회 전체의 연구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창출의 산실인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2천년이 지난 지금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란 맹자의 글귀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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