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한국(HK) 1년, 교내 연구소 동향

지난달 28일 학술진흥재단(학진)은 2008년 인문한국지원사업(인문한국) 대상 연구소 10개를 예비선정해 발표했다. 학진은 현재 교육부와 일정을 조정하고 있으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선정 여부를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1차적으로 19개의 연구소를 선정한 바 있는 학진은 향후 20여개 연구소를 추가로 선정해 총 50개의 연구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문학연구원과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각각 인문분야 대형사업단과 해외지역학분야 유망연구소로 선정됐다. 『대학신문』은 2007년 인문한국 1주년과 새롭게 시작되는 2008년 인문한국 대상 연구소 선정을 맞아 인문한국에 선정된 학내연구소들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인문학연구원, 소통과 융합을 말하다=지난 7일(금)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은 제2회 ‘문명포럼’을 개최했다. ‘Paradeisos: 문명과 이상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조선, 중국, 인도, 기독교 문화권 등 동서양의 문명에서 나타나는 ‘낙원’의 이미지를 분석했다. 인문학연구원은 지난 2007년 인문한국에서 인문분야 대형사업단으로 선정된 후 ‘문명포럼’ 2회, ‘문명의 기원 탐사’ 1회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HK문명연구사업단장 김남두 교수(철학과)는 사업단의 가장 큰 특징으로 ‘학제연구의 상시화’를 꼽았다. 김 교수는 “문명연구는 인문학의 모든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까지 포괄할 수 있다”며 “HK문명연구사업단은 인문학의 각 분야와 의학, 한의학, 건축학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상설기구라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HK문명연구사업단의 연구원들은 공통의 핵심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 ‘문명’연구에 접근한다. 실제로 공동연구팀 ‘문명과 폭력’의 경우 각자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연구하면서도 그 속에서 나타나는 폭력이라는 핵심어를 공유한다. 근대국가체제의 폭력성과 『삼강행실도』에 드러나는 폭력성, 제도화된 의학에서 나타나는 폭력성이 함께 논의되는 방식이다.

한편 HK문명연구사업단은 학문의 근간을 다지기 위해 고전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연구원들이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의 고전을 선정한 후 ‘문명의 텍스트 콜로키엄’을 통해 나름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김남두 교수는 “퇴계가 주자를 연구한 『주자서절요』가 우리의 고전이 된 것처럼 사업단의 고전연구와 그 성과가 새로운 고전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명의 텍스트 콜로키엄은 현재 17회가 진행됐으며 앞으로도 매월 2~3회 지속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연구원들은 ‘문명의 기원 탐사’를 통해 중국의 중원(中原) 지방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데니스 슈만트-베세라트 교수(미국 텍사스주립대·미술과/중동학과) 등 해외 저명학자를 초청해 ‘문자의 기원과 문명’심포지엄 등을 개최하면서 국제적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오는 12월 프랑스의 세계적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대중에게 친숙한 인문학을 보급하기 위해 중고등학교 교사와 교내외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고전 읽기 모임을 이어나가는 한편 장기적으로 저술활동을 장려해 10년간 70~80여권의 고전연구서와 20~30여권의 총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지난해 해외지역학분야 유망연구소로 선정돼 연간 1억원을 지원받은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2008년 인문한국에 해외지역학분야 연구소로 예비선정됐다. 라틴아메리카연구소장 김창민 교수(서어서문학과)는 “유망연구소로 선정된 이후 지난 1년간의 경험이 이번 선정에 큰 도움이 됐다”며 “연간 8억여원을 지원받는 향후 10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우석균, 박병규 연구원 등 전문연구인력 2명을 확보해 웹진 「Translatin」(translatin.snu.ac.kr)을 창간했다. 또 연구소 홈페이지를 체계화하는 한편 라틴아메리카 총서를 기획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특히 격월간으로발간되는 「Tran slatin」은 이번 9·11월 합본호에 미국 대선에서 드러난 라틴아메리카계 미국인의 특성을 분석하는 글을 싣는 등 시사성 있는 주제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또 기존 간헐적으로 열렸던 학술대회도 월례발표회 등으로 정례화 했고 콜롬비아 소설가가 직접 ‘콜롬비아의 젊은 작가들’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거나 엘살바도르의 기업가가 엘살바도르의 정치·경제상황을 들려주기도 했다.
김창민 교수는 “인문한국 해외지역학분야 연구소로 본격 선정되면 전문인력을 2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고 라틴아메리카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먼저 라틴아메리카지역정보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구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반을 마련한 후에는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한국기업을 자문하고 라틴아메리카 공적원조기금과 관련된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라틴아메리카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한편 규장각한국학연구원(규장각)과 일본연구소는 올해 각각 인문분야 중형사업단과 해외지역학분야 연구소로 예비선정됐다. 규장각은 ‘조선의 기록문화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한국학’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규장각 인문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백철 연구원은 “최종선정되면 내년 1월까지 사업을 구체화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연구소는 현대 일본 생활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규장각, 일본연구소가 인문한국지원사업 대상 연구소로 최종 확정되면 11월 중 학진과 협약을 체결한 후 10년 동안 각각 연간 8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