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골드만

켄데이스 포크 지음┃이혜선 옮김┃한얼 미디어┃688쪽┃2만8천원 

“완전한 자유와 교감만이 남녀 간의 진정한 결속을 가능케 한다.” “아이의 아버지를 선택하고 출산할 아이의 수나 출산 조건을 결정하려면 여성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강해져야 한다.” 엠마 골드만(1869~1940)은 미국 각지를 돌며 자유연애와 산아제한의 필요성에 관한 연설을 했다. 전통적인 결혼이 유일한 규범이며 피임에 대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금지된 시기에 엠마의 연설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평소 엠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미국정부는  엠마를 구속해 소련으로 추방시켰다.

평전 『엠마 골드만』이 지난 24일 번역·출간됐다. 엠마 골드만은 무정부주의자다. 하지만 엠마는 억압과 착취를 일삼는 국가권력의 전복을 추구하는 ‘거친 무정부주의’가 아닌 ‘부드러운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면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엠마는 무정부주의 활동을 하며 보통 사람들의 일상 문제, 삶의 태도에 주목했다. 엠마가 꿈꾸는 무정부주의사회는 연대의식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인간들이 조직한 ‘꽃처럼 조화로운 사회’다.

이 책은 엠마의 무정부주의 사상이 지닌 의미를 그의 연애를 통해 찾고 있다. 저자 캔데이스 포크는 “나는 엠마의 연애사를 정리해보고 싶었다”며 “엠마의 사생활을 세심히 밝혀냄으로써 매우 흥미롭지만 정의하기 어려운 엠마의 정치적 이상을 새롭게 조명할 기회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사랑과 무정부주의를 중심으로 이뤄진 엠마의 인생에서 반복해 나타나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적 탄압을 당할 때, 엠마는 오히려 대담하고 완강하게 저항한다. 반면 연애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 엠마는 더없는 체념과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곤 했다. 엠마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 자서전 『Living my life』에서 연애와 관련된 얘기를 거의 싣지 않았다. 하지만 엠마라는 한 인간을 무정부주의라는 사상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질투와 외로움 같은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한 후에야 우리는 엠마를 온전히 우리들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춤을 출 수 없는 혁명은 진짜 혁명이 아니다.” 엠마의 혁명은 사상과 투쟁만으로 이루어지는 혁명이 아니었다. 그의 혁명은 춤과 같은 인간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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