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대융합

이인식 지음┃고즈윈┃472쪽┃1만9천8백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에서 인문학 등의 학문을 생물학을 통해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시도로 학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학제 연구는 현재 학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지난 4월에 열린 제1회 월드사이언스 포럼에서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여러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뇌과학을 함께 논의했고, 지난 7월에 개최된 제6차 국제인지과학학술대회에서는 ‘미래 과학 기술의 새로운 지평: 뇌, 언어, 의식 및 문화’라는 주제로 언어학, 철학, 신경과학 등이 인지과학의 틀 속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출간된 『지식의 대융합』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은 어떻게 만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인지과학, 뇌과학, 비선형과학, 경제학 등 다방면을 아우른다. 과학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학제 연구가 이뤄지는 과정을 간결한 문장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뇌 연구는 경제학과 어떻게 융합하고 있을까. 경제학에 신경과학과 심리학이 융합한 신경경제학은 인간의 선택과 의사 결정 과정을 연구한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적 이론인 ‘프로스펙트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손실회피상황에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손실회피 때 인간의 뇌 안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자기공명장치로 인간의 뇌를 촬영해보니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손실회피상황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손실회피는 이성이 아닌 정서를 처리하는 부위와 관련돼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신경과학을 바탕으로 신과 종교의 기원을 연구한 신경신학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신경마케팅을 통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중 어느 것이 더 소비자를 만족시켜주는지 설명해주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를 통시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융합학문의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과 최근 연구 동향이 소개돼 있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융합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저자의 말처럼 융합학문의 개념과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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