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인민주권
E.E.샤츠슈나이더 지음┃현재호, 박수영 옮김┃후마니타스┃244쪽┃1만5천원

싸움은 군중을 쉽게 끌어들인다. 할렘가의 싸움, 파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물론 의회의 논쟁, 선거운동, 청문회 등은 모두 싸움이 갖는 자극적인 속성을 일정 부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정치에서의 ‘갈등’은 보편적인 언어로 여겨질 정도다.

정당론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피터 마이어가 ‘현대 정당론의 중심 이론을 대표하는 책’으로 꼽은 엘머 에릭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이 지난 3일(월) 출간됐다.

저자는 사회의 갈등을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평가한다. 현대사회가 비록 수많은 인구로 구성된 거대한 국민국가라고 할지라도 갈등을 통해 폭넓은 사회 구성원들이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츠슈나이더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 “‘갈등의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층계급이 갈등을 국지화해 강자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상황에서 인민이 주권을 갖고 갈등을 공적영역으로 이끌어낼 때 절반이 아닌 완전한 인민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츠슈나이더가 갈등을 공적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주체로 제안하는 것이 바로 정당이다. 샤츠슈나이더는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정당은 갈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위계화해 가장 큰 규모의 대중을 동원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조직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갈등이 공적영역에서 논의될 때 갈등의 사회화가 이뤄진다.

책을 공역한 현재호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샤츠슈나이더의 관심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실현가능한 ‘현실적 민주주의’의 정의를 찾는 데 있었다”며 “인민의 동의에 기반한 정당정치가 바로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정당 한나라당의 10월 지지율은 30%에 불과하다. 새 정부 출범 직후 45.9%가 넘는 ‘인민’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15% 가량 하락한 것은 ‘인민’이 동의할 만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샤츠슈나이더가 제안한 ‘인민의 동의에 기반한 정당정치’를 위해 한국의 정당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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