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석사과정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철학과의 인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철학을 전공하면 사교육계에서 밥벌이하기 좋아질 세상이 도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앞으로는 남들에게 철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나중에 판검사할 거냐는 듣기 좋은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을 계속하면서 이른 결론은 ‘그래서’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이유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어난 직접적인 문제들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제도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듯이, 시행 첫해의 미숙함으로 이해해주고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우려스러운 진짜 이유는 그 신문 기사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사회적 인식에 있다.

우리사회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는 것은 슬프게도 너무나 당연한 말이 돼 버렸다.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당장의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학문분야가 각광받는 반면에 애초부터 그같은 성격과는 거리가 먼 기초학문들은 천대받기 일쑤다. 이같은 현실에서 사회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법학이 철학을 보듬어준다는데 어찌 고맙지 않겠느냐마는, 철학 역시 결과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 체계의 부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야기될 철학에 대한 왜곡된 이해는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철학이 다른 학문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데에 있다. 물론 어느 학문이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소홀히 하겠느냐마는 철학은 유독 그 과정에 대한 집착이 심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논증에서 도출된 결론 이면에 숨겨진 전제들을 밝혀내고 비판하는 활동, 즉 논증과정에 대한 탐구는 철학적 사고의 주를 이룬다. 훌륭한 철학적 논증은 혁신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올바른 전제와 엄밀한 논리를 통해 설득력 있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철학은 과정 그 자체의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결과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 체계 속에서 표현된, 철학에 대한 관심은 철학 자체에 대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철학은 어떤 실질적인 결과를 내기 위한 도구적 학문이 아니라, 주장에 대한 전제를 비판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진리에 더욱 근접해나가려는, 자체적 가치를 갖는 과정적 학문이다. 비록 철학이 법조인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더라도, 그것은 단지 철학의 부수적 효용일 뿐인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같은 부수적 효용으로 인해 철학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어 인기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철학의 본래적 가치는 부수적 효용으로 가려지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철학은 일종의 도구적 학문으로서 심각하게 오해될 것이다.

올해 서울대에서 개최된 제22차 세계철학대회에 집중된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철학이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것으로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철학에 대한 관심은 철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나타날 때 비로소 올바른 것일 수 있다. 잘못된 이해와 그로부터의 그릇된 관심은 철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왜곡시키고, 철학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철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법학적성시험이 도입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권희진
철학과 석사과정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