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독도: 역사적 인식과 국제법적 정의

최근 일본에서 발행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가르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독도 관련 사안이 거론될 때마다 그랬듯이 이 사건으로 한국의 반일 감정은 한 번 더 불거졌다. 한일 간의 독도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 18일(화)부터 이틀간 서울프라자호텔에서 ‘독도: 역사적 인식과 국제법적 정의’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역사연구소와 국제해양법센터가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 40여명의 국내외 학자들은 독도 영토분쟁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한일 간의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단적인 예로 일본 측의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일본 도쿄대·사회과학연구소)는 “독도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이 납득할 수 있게끔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허영란 교수(울산대·역사문화학과)는 “한국이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국인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모인 학자들은 양국 간 상호 신뢰 증진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영유권 논의 제외해야 VS 일본의 자기합리화일 뿐

1693년 안용복은 독도에서 조업하던 일본인을 발견했고, 쓰시마현에 독도의 영토분쟁 문제를 제기했다. 1696년 일본 정부는 쓰시마현에 독도에서의 어업활동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독도문제는 일단락됐다.
한국인들은 이런 내용과 함께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배웠다. 실제 『숙종실록』에는 “안용복은 조선 영토의 일부인 울릉도 및 독도의 수역을 일본국민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켰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안용복과 관련된 사실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날 야나기하라 마사하루 교수(일본 큐슈대·법학부)는 “안용복이 일본 정부로부터 독도가 조선영토임을 밝히는 ‘서계’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며 “『숙종실록』에 수록된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7세기에 일어난 독도 문제에 영유권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영토분쟁에서 영유권은 국가 영역을 설정하는 데 유효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는 영유권이 17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고 근대에 들어와서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도문제를 조선과 일본 중 어느 쪽이 근대 국제법상의 영유권을 취득·유지했는지로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렬 교수(국방대·국제관계학부)는 안용복의 활동을 허위로 보는 마사하루 교수에게 “한국의 기록을 일본이 불신하는 것처럼 한국도 일본 측 자료를 불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사하루 교수의 영유권 관련 발언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허영란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기 이전까지 독도의 영유권은 한국이 가졌다”며 “마사하루 교수의 발언은 영유권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불리한 일본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회의에서는 국제법적 관점에서 독도문제를 논의했다. 최근 일본은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상정해 독도를 ‘분쟁지역화’시키려 하고 있다.

합의 어려우니 재판이라도 VS 재판 통한 해결 어려워

아사히신문 와카미야 요시부미 칼럼니스트는 일본의 이같은 시도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 일본인들은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정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일본과 한국이 독도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이런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이얀 카이코바드 교수(영국 브루넬대·법학과)는 “사법·중재적 재판을 통해 영토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최근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지정해도 명확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존 반 다이크 교수(미국 하와이대·법학과)는 “독도는 섬이라기보다는 암석에 가깝다”며 “설사 독도가 섬으로 판명되더라도 해양경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700년대 일본 지도에 독도가 한국령으로 표시된 것과 1905년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시킬 당시 독도를 무주지(無主地)로 여긴 것을 언급하며 “현재 독도에는 해양 경비대 등 사람이 거주하지만 사료를 보면 과거에는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해양법 121조 3항에는 ‘암석은 인간이 거주하는 등 자체적 거주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때문에 그는 독도가 한일 간 해양 조업과 관련한 해양경계로 설정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독도문제 해결 위해선
새로운 체계 형성해야

이밖에도 몇몇 학자들은 앞으로 독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새로운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레스젝 부스진스키 교수(일본 일본국제대·국제평화학과)는 “일본과 러시아 간의 북부군도(群島) 문제가 해결된 후에야 독도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러시아와 북부군도 문제를 일단락 지은 후에야 한국과 독도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독도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데 특히 북부군도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북부군도 주변의 대규모 천연가스전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 사안을 독도문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는 “러일 간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북부군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6자회담을 확대·정착시켜 러시아가 북부군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마크 블랑샤드 교수(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정치학과)는 한일 양국의 경제적 관련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문제는 양측의 경제적 요소를 적절히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상호 입장을 조율해 두 국가 모두 경제적 이익을 얻은 동중국해 영토분쟁을 사례로 들었다. 일본과 중국은 유전이 있는 동중국해를 자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20여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양국은 서로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다 동중국해 개발이 주는 경제적 이익의 중요성을 알고 현재는 함께 유전을 개발하고 있다. 블랑샤드 교수는 “동중국해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한국과 일본은 독도문제에 대해 지역과 관련된 경제적 요인을 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진현 교수(국제대학원)는 “독도문제는 법적 정당성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로는 설명될 수 없다”며 “상호간에 신뢰를 형성해 좀 더 믿을 수 있는 현실적 바탕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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