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견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활발히 연구되는 GFP
한 우물 파는 탐구정신이
한국 기초과학의 생명 돼야

녹색형광단백질(GFP)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선 용어지만 일반생물학 교재에서도 볼 수 있고,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은 이 단백질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GFP를 발견하고 생화학적 특성을 규명해 생명과학 연구에 널리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오사무 시모무라, 마틴 챌피, 로저 첸 등 3인의 학자에게 돌아갔다. GFP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준다.

현대생명과학의 연구범위는 다양해서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특히 역동적 세포활성과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는 분야는 최근 해상도가 높은 현미경의 발전에 힘입어 생명과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GFP는 이런 추세의 중심에 있다. GFP는 생명과학 연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실험 툴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녹색형광물질의 혁명’이라고 한다.

GFP는 시모무라 박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고 생화학적 특성이 규명됐다. 시모무라 박사는 해파리에 자외선을 쪼였을 때 녹색형광이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녹색형광이 발광하는 원인을 실험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그는 이 연구를 1962년 「비교생리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비교생리학은 다양한 생물체를 대상으로 우리의 지식을 넓히는 중요한 분야이지만, 시모무라 박사의 연구가 실린 「비교생리학 학술지」는 ‘사이언스’나 ‘네이처’와 같은 저명한 학술지는 아니었다. 시모무라 박사의 발견이 노벨화학상에 빛나는 ‘실험 툴’ 개발의 혁명적인 단초가 될 줄은 본인은 물론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당시에 주목 받지 못하는 연구라도 그 작은 발견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행을 타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탐구정신은 기초과학의 생명임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1990년대 유전자 클로닝 기법이 일반화되면서 GFP 유전자도 1992년 클로닝 됐다. 챌피 박사는 GFP를 유전적 마커(꼬리표)로 사용해 적절한 프로모터에 의해서 작동시키면 살아있는 생체에서 유전자의 시공간적 발현을 가시화할 수 있겠다는 착상을 했다. 그는 대장균과 예쁜 꼬마선충에서 GFP를 발현시켰고 연구결과를 1994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실험 이후 GFP는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는 유전적 마커-표지단백질-로 활용됐다. 이 새로운 실험 툴은 다양한 생명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됐고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 툴로 굳게 자리 잡았다.

로저 첸 박사는 GFP 발광단의 생화학적 기작을 규명하는 데 기여했고, 파란색, 청록색, 노란색을 발광하는 새로운 변종 형광단백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변종 형광단백질을 사용해 형광공명에너지전이기법(FRET)에 의해서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살아있는 세포수준에서 가시화하는 연구기법을 고안해냈다. 로저 첸 박사의 독창적인 툴박스는 역동적인 생명현상을 시공간적으로 규명하는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응용과학과 정부의 실용화 정책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다. 1970년대 학창시절을 뒤돌아보면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거의 안 되던 시기였지만 대학 중의 대학이라던 문리대를 다니던 기초과학도로서의 자부심과 그 당시 발전하던 현대생물학의 매력에 홀려 가슴 벅차했던 시절이 다시금 생각난다. ‘기초과학은 창조의 뿌리이자 번영의 샘’이라는 자연대의 슬로건을 되새겨 보면서 우리나라 기초과학자의 덕목과 기초과학의 전통 그리고 앞으로 발전방안을 머리에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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