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한 예술┃아미르 D. 악젤 지음┃이충호 옮김┃알마┃322쪽┃1만2천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서로 다른 부족의 구성원과 혼인해야 한다. ‘근친상간 금기’가 각 부족의 존속을 가능케 하는 ‘구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친족 관계’를 파악한다.

구조주의 탄생의 비화를 파헤친 『수학이 사랑한 예술』이 지난달 18일 번역․출간됐다. 레비스트로스가 구조주의를 창시했다는 것은 오늘날 학계의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니콜라 부르바키가 없었다면 『친족의 기본 구조』에서 처음 선보인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르바키는 구조주의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정작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부르바키는 앙드레 베유를 주축으로 프랑스의 젊은 수학자 6명이 1935년에 탄생시킨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합 속의 원소들이 맺는 관계를 통해 구조를 찾으려 했고, 원소들이 맺는 관계를 일정한 형태나 성격에 따라 군으로 나누는 방법을 이용했다. 부르바키가 수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출한 이 방법은 후에 레비스트로스가 오스트레일리아 부족의 친족 관계를 설명할 때 이용된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 부족의 혼인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언어학자 야콥슨의 이론을 적용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때 부르바키는 레비스트로스에게 혼인을 통해 형성된 집단과 그 후손들 간의 혼인 관계를 일정한 군으로 묶어 그 구조를 파악할 것을 제안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통해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도 같은 부족끼리는 혼인을 하지 않는다’는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 치밀하게 구성된 이 책은 여섯 명의 수학자와 부르바키, 레비스트로스가 맺고 있는 관계를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진중권 교수(중앙대․독어독문학과)는 이 책에 대해 “언어학이 발견한 구조의 개념을 수학으로 형상화시킨 구조주의 운동은 학문의 영역을 넘어 예술, 문학에까지 확장됐다”며 “이토록 풍부한 결과를 낳은 위대한 정신적 창조의 바탕에 수학이 깔려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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