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자문위원이 추천하는 새내기 교양도서

#인문-민은경 교수(영어영문학과)

『중국의 자유 전통』, 드 배리 지음, 표정훈 옮김, 이산
사람들은 보통 전통이란 변하지 않는 인습, 그리고 그런 인습을 그대로 계승하는 태도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전통과 자유는 상극이다. 자유란 인격의 자유요 행위의 자유이기에, 그것은 변화시키는 태도이며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양의 리버럴(liberal) 전통에서는 전통의 핵심을 자유로 본다. 의미 있는 전통은 오직 자유로서의 전통인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자유 전통’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런 흐름의 생각은 서양 지성계의 주류를 이룬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의 유교사상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로, 놀랍게도 유교 속에서 리버럴 전통에서 말하는 자유를 찾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풍성하다.

『천변풍경』, 박태원 지음, 이산
청계천이 복원중이다. 물 흐르는 청계천이 아닌 콘크리트 청계천만을 알고 살아온 사람들에겐 청계천에 한양 5백년의 애환이 고스란히 서려있다는 사실을 알 도리가 없다. 이 책은 그 애환의 한 자락을 생생히 전하는 소설이다. 1920~30년대, 청계천 빨래터 아낙네들의 수더분한 수다와 삶의 이야기, 천변의 이발사, 한약국 심부름꾼 소년, 카페의 여급, 행랑살이 어멈, 포목전 주인, 부의회 의원, 기생, 미장이, 여관주인, 당구장보이, 아이스케이크 장수, 전매청 직원, 공장 노동자…. 이들의 삶을 놀라운 근대적 감각으로 묘사해낸 박태원은 그 자신이 청계천변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당시 서울말로 ‘경알이’)이기도 하다.

#사회-박명규 교수(사회학과)

『전지구적변환』, 데이비드 헬드 외 3명 지음, 조효제 옮김, 창비
이 책은 지구화 또는 세계화로 일컬어지고 있는 글로발리제이션(globalization) 과정의 제 측면을 세밀하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우리가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1세기에 전개되고 있는 전지구적인 변화의 내용이나 성격, 가능성과 한계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소개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급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신입생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고정관념의 부족함이나 한계들을 성찰하고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적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꼭 한번 정독해 볼 만하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송호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세대문제를 중심으로 최근 한국사회의 변화를 검토한 책. 최근에 이르러 세대 변수는 성, 계층, 학력, 종교 등의 변수에 못지 않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2002년 대통령선거를 겪으면서 분출됐던 독특한 집합적 열정과 동력을 통해 한국사회는 전례없는 세대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저자는 2030세대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관, 태도 및 정서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이 신흥세대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일원으로 이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이 자신의 감수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경우 교수(재료공학부)

『기술의 역사』, 자크 엘루 지음,  박광덕 옮김, 한울
기술은 인류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했고,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또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시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의 역사,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글은 많지 않다. 자크 엘루의 『기술의 역사』는 이러한 제한된 책 중에서도 체계적인 접근과 평이한 설명을 통해서 독자가 기술, 역사 속의 기술, 마지막으로 미래의 기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준다. 책의 말미에 40여 년 전에 예측한 미래 전망과 지금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서 독자 스스로 미래의 기술을 예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리차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승산
자연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자 중의 하나가 파인만이다.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는 다양한 관심과 명강의로 소문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중 일부를 골라서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물리에 정말로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파인만의 일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책이라도 골라 읽어보길 권한다. 20세기 최고 물리학자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읽고 둘을 비교하면서 깊이 생각한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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