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번으로는 4학년이지만 새내기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전과를 했기 때문이다.


전과생이라는 나의 소개에 사람들은 다양하게 반응한다. 왜 전과를 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 자신도 관심이 있다며 자세히 알려달라는 사람들, 뒤늦게 학과로 진입하여 힘들진 않냐며 따뜻한 눈빛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 학과 사무실에 들러 졸업사정과 같은 것들을 물을때 친절히 답해주는 조교선배와 직원언니, 혼자 놀지 말고 명랑한 대학 생활을 하라는 교수님의 조언, 수업이 어떠냐는 질문에 교수님별 특징에서부터 기출문제도 알려주는 고마운 친구, 축하 메세지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거라며 열심히 하라는 예전 학과 친구들.


하지만 전과하기로 결심했을 때의 무거웠던 마음을 더 힘들게 한 것은 대학 본부의 무책임한 태도였다. 복수전공, 부전공, 연합전공에 대한 일정은 학사 일정을 통해 매년 초 공고를 하지만 매 학년도 말에만 지원할 수 있는 전과에 대해서는 학사 일정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또한 겨울방학이 시작됐는데도 대학 본부에서는 1월 중에 있을 예정이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결국 전과 접수 일주일 전인 1월 중순에서야 공지가 떴다. 나의 경우 겨울방학때 한 달 동안 태국 북부와 라오스를 여행하려고 계획해 두었는데 대학 본부의 늑장에 아슬아슬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대신 학과에 양해를 구하고, 대리인을 세웠다.


또한 전과생에게는 불리한 점이 있다. 전과한 자는 최우등 졸업과 우등 졸업 포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에 항의하는 메일에 아래와 같은 답변이 왔다.


“서울대학교 학칙 제97조에 의거하여 포상에 관한 세부사항은 ‘서울대학교학생포상에관한규정’에 근거 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학생포상에관한규정 제4조에서는 ‘최우등급 평점평균 3.9이상, 우등급 평점평균 3.6이상에 해당하더라도 징계처분을 받은자와 전 ·편입자는 포상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 규정 개정을 위해서는 학내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개정하도록 추진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기존의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공부하고 절대 평가로 포상을 함에도 불구하고 전과생을 포상 대상자에서 누락시키는 학칙의 존재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김동인 지리학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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