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들은 병원에서 밤새 환자들 곁에서 가래를 뽑아 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튜브 식사를 돕고, 약물 주입을 보조하는 등의 매우 고된 일을 한다. 이들은 하루 24시간 노동에 5만원이라는 저임금을 받으며, 대부분 수면장애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디스크 등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이나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병원이 간병료 책정과 간병인 관리ㆍ평가에 관여하는 마당에 왜 이들이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란 말인가.


지난 9월 서울대병원이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유료소개업체(소개업체)를 선정했을 때, 간병인들은 그 곳에 들어가 일하기를 거부했다.


소개업체는 간병인들로부터 환자소개비의 명목으로 가입비 25만원, 월회비 5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소개업체는 그 돈만 받고는 간병인들에게 환자소개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최소 20∼30만원의 돈을 상납해야만 장기환자를 소개시켜주곤 한다.
이처럼 중간에서 상습적으로 간병료를 착취해가는 소개업체로 인해 환자들의 간병료 부담도 가중된다. 또 소개업체가 간병인에 대한 교육을 방기하고 간병인을 자주 교체하면서 환자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간병인들은 자신들의 돈을 중간에서 착취하고 환자들 건강도 위협하는 소개업체에 들어가 일하기를 거부했다.


지난 2월 2일 노동청은 서울대병원 소개업체를 ‘불법공급사업’이라고 판정하고, 17일 노동청장은 불법공급사업 중단 등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노동청은 서울대병원에 공문 하나 보내지 않고 면담을 계속 연기하면서 오히려 병원과 소개업체편에 섰다. 이에 분개한 간병인 노동자들은 노동청 농성에 들어갔고, 이에 노동청은 농성 3일째 되던 지난 27일 공권력을 투입해 간병인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당시 3명이나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평에 사는 한 간병인 노동자는 요즘 매일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선다. 아침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노동청 앞에서 공권력투입을 규탄하고 간병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기 위해서이다. 간병인들은 벌써 7개월째 병원의 소개업체 도입에 맞서 싸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환자들의 건강과 비용부담을 고려해서라도 간병업무를 책임져야 한다. 노동청은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소개업체에 의해 중간에서 착취 당하는 간병인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불법 유료소개업을 중단시켜야 한다.


김선식 법학부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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