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하던 날, 정기주차권을 신청하며 겪은 일은 자못 씁쓸하다. 한 학기 주차권 가격이 4만원에서 6만원으로 50%나 인상된 것도 황당했지만, 그보다 더 어이없던 일은 질서문란시 주차권을 회수하고 졸업까지 재발급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요구받은 것이다.


이 요구는 두 가지 면에서 부당하다. 첫째, 계약과 서약의 중복 문제다. 계약서에 준하는 발급 신청서에 이미 그런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도 처벌 감수 서약을 이중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둘째, 서약 요구 자체의 부당성이다. 국가보안법 관련 준법서약서도 위헌 시비를 가리는 마당에, 이른바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기껏 주차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서약을 강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본부는 이를 서비스 제공 차원이 아니라 대학원생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 합리화하는 지도 모르겠다. 주차질서를 가르치겠다고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해쳐서는 안 된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학원생에게는 기본권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별도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조형근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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