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1일 ‘아시아크립트 2008’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천정희 교수. 이 학술대회는 총 196개의 발표 논문 중 세 편을 우수논문으로 선정하고 투표를 통해 최우수논문을 가려낸다. 천 교수는 “수상할 당시 사회자가 3등과 2등의 격차가 커서 우열을 가리기 쉬웠고, 2등과 1등의 차이는 그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며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암호학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한쪽에서 방패를 만들어내면 다른 한쪽에선 그것을 뚫으려고 더 날카로운 창을 준비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암호학을 발전시킨다. 천 교수의 이번 논문은 ‘창’에 해당된다. 「소수체에서 폴라드 로 알고리즘 속도 개선(Speeding Up the Pollard Rho Method on Prime Fields)」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학자들은 폴라드 로 알고리즘의 성능을 약 10% 밖에 개선하지 못했다. 천 교수는 기존 방법에 비해 속도를 수백 배나 높여 창을 한층 날카롭게 담금질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GHz짜리 컴퓨터 1천만대로 암호를 푼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방법으로는 해독하는 데 100년이 걸리지만 그의 방법은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천 교수의 논문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그의 이론이 다른 알고리즘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유한체가 아닌 타원체에서 암호 해독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는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적용할 때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착상 후 그는 1년 정도의 연구를 진행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홍진 교수(수리과학부)와 같이 6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한 후에야 비로소 결실이 나오게 됐다.

암호학자는 하루종일 숫자와 씨름하고 있을 것 같지만 그의 관심은 여러 곳에 두루 걸쳐 있다. 그는 강의에서 전자투표에 관한 학생들의 보고서를 받고 전자투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원격검침에 반대하는 학회도 참석했다. 원격검침은 가정의 전력 사용량으로 가정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원격검침은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도 이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 악용될 소지도 있다.

천 교수는 자신의 비결로 “한 가지 소원을 간절히 빌면 그 소원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평생의 소원은 밀레니엄 수학 7대 난제의 해결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바로 연구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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