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금물
기초 과학에 대한 관심과
학제적인 노력 필요

김선영 교수
자연대 생명과학부

지난 2월 5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신청에 대해 보완 결정을 내리며 승인을 보류했다. 주요 이유는 연구제목이 포괄하는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 사용할 난자의 수가 많다는 점 등이었다. 체세포를 사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산업적 잠재력과 윤리성 문제로 인해 항상 많은 관심을 받아 왔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공중파는 물론 주요 일간지들이 1면 기사 혹은 사설로까지 이 문제를 다뤘다. 중요한 과제이므로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는데,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별반 나아진 점 없이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첫째,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대한 과도한 선전이나 성급한 기대는 국민을 현혹할 뿐 아니라  연구 분야의 발전에 상당한 방해가 된다.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 데 15년 가까이 걸리고, 성공률은 1%도 안 된다. 게다가 지금은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고 그것을 제대로 분화시켜 치료제까지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데이터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3년짜리 프로젝트를 신청하면서 파킨슨씨병, 뇌졸중, 당뇨병 등의 질환 이름을 제목에 명시하는 것은 또 다시 과학을 ‘황금송아지’를 만드는 기술로 포장하는 행위다. 관련 연구자들은 과도한 표현을 삼가고, 과학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분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논의될 때마다 아쉬운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간의 발생, 세포 분화, 장기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분야에서 많은 노벨상이 나올것이 확실하다 . 그러나 노벨상은 기초과학적 발견에 대해 주어질 것이고, 이 발견들은 지적 재산의 핵심을 이룰 것이다. 기초과학적 연구가 선행되지 않는 한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제의 개발은 불가능하다.

셋째, 종교계, 윤리학계도 현대 과학의 이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기이식 수술이 시작될 때인 40여년 전 구미의 보수적 종교계는 관련 외과 의사들을 거의 사탄의 추종자쯤으로 몰아붙였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의약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십수년 전에 토론을 끝낸 사안들을 원론부터 다시 끄집어내어 토의를 시작했던 적도 있었다. 과학인들도 윤리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겠지만, 윤리를 논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미세해지는 과학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한 개의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와 같이 복잡한 존재가 되는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이는 철학, 윤리, 종교 등 수많은 근본적 문제들이 얽힌 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 분야를 산업적 잠재력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경우에는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배아줄기세포의 과학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프로젝트에 대한 올바른 기획과 성실한 홍보, 과학계와 종교, 윤리학계 간의 대화와 학제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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