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인디음악 무엇이 달라졌나?(下)
[연재]인디음악 무엇이 달라졌나?(下)
  • 양기동 기자
  • 승인 2009.03.0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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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음악 르네상스’의 숨은 공신들

 

지난달 27일 판매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 ‘별일 없이 산다’의 선주문 8,000장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지난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가 1만장을 넘긴 것에 이어 한국 인디음악계에선 전례 없는 일이다.
최근 인디음악계는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의 표현대로 가히 ‘르네상스’라 칭할 만하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을뿐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 역시 유례없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의 르네상스가 몇몇 뛰어난 예술가들만의 성과가 아니라, 예술이 융성할 수 있었던 당시의 환경이 뒷받침한 결과였듯이, 최근 인디음악 르네상스의 이면에는 인디밴드의 자체적인 변화 외에 다른 요인들도 있지 않을까?

◇Indie is all around=최근 들어 인디음악을 접하기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팬카페, 디지털 음원에서 TV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인디음악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TV가 인디음악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문 사례로는 「EBS 스페이스 공감」,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대표적이다. 인디밴드에 냉담했던 공중파 방송이 점차 문턱을 낮추면서 인디음악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붕가붕가 레코드 대표 고건혁씨는 “과거 홍대 앞 클럽에 국한됐던 인디밴드의 활동범위가 넓어졌다”며 “이는 인디밴드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은 최근 인디음악 르네상스의 일등공신이었다. 인디밴드는 수입의 대부분을 정규 앨범 판매로밖에 얻을 수 없는데, 인터넷 덕분에 앨범 판매가 과거에 비해 훨씬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판매 역시 인디음악 부흥에 한몫했다. ‘미리듣기’ 등의 기능을 통해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어, ‘인디음악은 시끄럽고 이상한 음악’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쉽게 깰 수 있었다. ‘보드카 레인’ 등이 소속된 뮤직커벨 대표 최원민씨는 “디지털 음원판매를 시작한 후 앨범 판매량이 눈에 띠게 늘었다”고 말했다.        
◇성공의 밑거름, 인디 레이블=인디 2 세대가 대중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은 배경에는 색다른 경영 전략을 내세운 인디 레이블(인디음악 기획, 제작, 유통을 책임지는 음반기획사)이 있다.
붕가붕가 레코드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모토로 내세웠다.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내수공업 앨범’이라는 컨셉을 도입했다. 기존의 앨범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 생산된 앨범이라면 가내수공업 앨범은 직원들이 손수 CD를 ‘굽는’ 소규모 생산 방식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앨범의 생산단가는 1000원. 이는 인디밴드들이 금전적 부담을 덜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인디밴드가 출현할 수 있었다.
한편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대표 송재경씨는 인디 뮤지션의 입장에서 레이블을 운영한다. 실제로 인디밴드 ‘그림자 궁전’의 리더를 겸하고 있는 그는 ‘대중과의 소통하는 음악’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송재경씨는 “자기만의 음악적 특색이 강한 인디뮤지션들의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튠테이블 무브먼트 소속 밴드인 ‘Loros’의 1집 ‘Pax’는 세 차례에 걸쳐 추가 제작에 들어갔을 만큼 대중과 마니아 모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가 하면 파스텔뮤직은 일찍이 「커피 프린스 1호점」, 「뉴하트」, 「내 사랑」, 「식객」 등 드라마 및 영화 OST를 제작하면서 소속 인디밴드의 음악을 조금씩 세상에 알렸다. 가슴네트워크 대표 박준흠씨는 파스텔 뮤직의 활동이 “인디밴드의 음악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인디음악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다=낙관적인 전망의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디밴드의 ‘이례적인’ 성공에는 음악 외부적 요인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에 대해 “특이한 창법과 춤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대중의 흥미를 끌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생활고에 허덕이는 인디뮤지션들도 많다. 고건혁씨는 “정규앨범의 경우 특정 밴드를 제외하고는 많이 팔리지 않는다”며 “인디밴드의 상당수가 여전히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디음악의 질적 성장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준흠씨는 문화지원정책이 예술성이 아닌 ‘상품성’ 있는 콘텐츠에 치우쳐있는 현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창작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가 그 사회의 주요 문화적 기점”이라며 “다양한 음악이 나올 수 있는 인디음악의 음원 유통, 인식 개선, 아카이브 창설 등 본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준흠씨는 “어느 시대나 좋은 음악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며 “인디밴드들 자신 역시 계속해서 질이 뛰어난 음악을 선보여야만 지금의 호황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기동 기자 kidyang@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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