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쉬 칼손 교수
“민족주의 사관 논쟁보다
사료 통해 새 흐름 잡아야
조선 후기 제도사와 함께
고아정책도 연구할 계획”

지난 5일(목) ‘조선 후기 사서에 나타난 세계관과 역사인식의 재조명: 북방과 발해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규장각 콜로키엄이 열렸다. 이번 콜로키엄은 사회자, 발표자가 모두 외국인이지만 한국어로 진행됐다. 발표를 맡은 안데쉬 칼손 교수(런던대 아프리카동양학부)는 조선 후기 사서에서 나타나는 발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중심으로 조선 지식인의 역사의식이 어떻게 변화해갔는지를 살펴봤다. 칼손 교수는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홍경래의 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런던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펠로우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구휼정책 등 조선후기 제도사를 연구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칼손 교수를 만나 그의 한국학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사 중에서도 조선 후기 제도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석사과정 때 ‘개화시대 사상의 변화’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준비하다 자연스럽게 조선 후기를 연구하게 됐다. 민중이 국가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어 홍경래의 난 같은 민란과 기근 시의 구휼 정책 등 제도사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 조선 후기는 사료가 풍부해서 연구하기도 수월하다.

◇조선 후기 제도사 연구가 세계사 연구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있는가?
한반도는 예로부터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역사를 이해할 때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도 이해해야 한다. 외국 역사학자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의 수많은 사료들을 통해 수행한 연구는 보편적인 역사연구의 표본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학의 세계화는 어떤 추세에 있으며 앞으로 한국학 발전을 위해 모색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런던대 한국학연구소는 스스로 ‘가상 연구소(virtual institute)’라고 부를 정도로, 연구소라기보다는 교수와 연구원의 모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정 지원에서도 한국학은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국학의 연구 규모는 상승하는 추세다. 런던대에서도 한국학과 신입생이 매년 늘어 최근에는 15명 정도 들어오고 있다.
한국학의 세계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학자들과 한국학자들 간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교류가 활성화되고 공동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민족주의 사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아시아에서는 구휼정책 등 국가가 백성의 복지를 책임지는 근대적 특성이 유럽에 비해 먼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학자들이 한국학자의 일부 견해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적이라고 비판해온 것도 사실이다. 민족주의 사관과 민족주의가 아닌 사관을 구분하고 서로 비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민족주의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보다 풍부한 자료들을 한 데 모아 새로운 흐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7년에는 이문열의 『시인』을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 번역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학작품들도 접하게 됐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번역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기회가 닿아 몇 작품을 번역하게 됐다. 번역된 작품들은 스웨덴에서 상당히 반응이 좋았는데 평론가들은 생소한 나라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씨연대기』는 라디오에서 낭독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계획인가?
구휼 제도와 같은 조선 후기 제도사를 연구하면서 그 시대의 사회적 변화를 큰 틀에서 살펴보는 데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조선 후기 사학사에 대한 글을 부탁받게 됐고, 이를 계기로 이번에 발표한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역사인식과 세계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끝나면 다시 민중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가 조선 후기의 고아정책에 대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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