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수사 2MB가 주는
씁쓸함은 이제 그만
통찰력 있는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내실있는 수사를 기대해 본다

 

김의연 부편집장
2MB는 본래 온라인 공간에서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의 줄임말)을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고 한다. 대중의 공감을 얻어 친숙해진 2MB라는 수사(修辭)는 “일국의 대통령에게 2MB(2메가바이트)라니, 너무 모욕적인 것 아닌가”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2MB는 대통령이 후보자였던 시절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에서 후보자를 홍보하려고 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만인의 비웃음을 살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스스로 발전하며 의미를 확장한다. 인수위 시절부터 이 용량 수사는 대통령의 뇌 용량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대통령을 지칭하는 확고부동한 수사가 됐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많은 수사를 외쳐왔다. 경제성장률을 올림픽 순위로 치환한 희극 ‘747’부터 시작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선진화 원년’, 이솝우화의 잠언을 연상시키는 ‘위기를 기회로’ 같은, 대부분은 공허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수사는 그 용어의 참신함과 적절함이 피수사 대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공감을 얻을 때만 유효하다. 2MB는 그 모범 사례다. 절묘한 수사는 짧지만 강한 충격을 주고 여론을 움직인다. 그렇지만 정부의 수사에서 이런 모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없으니 제대로 된 수사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보다 못한 진보 진영의 수사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추락하지만 상쇄 효과를 전혀 이끌어 내지 못하는 민주당이 대표주자다.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서민층을 대변한다. 현 정부가 대한민국의 일부 기득권층을 받들고 있는 모양새라면, 민주당은 노동자와 서민 등 대다수 국민을 위한다는 식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당론과 정책은 정부와 여당의 그것에 비해 대다수 국민에 가까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현재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고 의제를 선점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고 있는 무능력 탓이다. 거기에 정부와 여당보다 더 공허한 수사를 외치는 것도 일조했다.

예컨대 ‘MB정권 2기 내각 이름 짓기’ 따위의 공모 행사는 유치하다. 정책 정쟁이 아닌 말장난일 뿐이다. 정부에 ‘5공’, ‘역주행’, ‘공안’ 딱지를 붙이는 수사는 진부하다. ‘MB악법’을 외치며 거칠게 쏟아 붓는 독설은 비판도 아닌 그저 비난일 뿐이다. 문제의식은 없고, 구체적이지도 않다. 내용물 없는 외침에 대중은 호응하지 않는다. 수사는 쉽게 이해돼야 한다. 한쪽은 ‘뉴타운’을 약속하고, 한쪽은 ‘건강한 삶’을 외치고 있다. 대중은 어떤 수사에서 더 뚜렷한 이미지를 볼 것이며 어느 쪽에 호응하겠는가. 가치 있고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과 패러다임일지라도 수사라는 포장이 매력적이지 못하면 선택받을 수 없다.

물론 수사라는 외관에 우선 순위가 부여돼서는 곤란하다. 수사에 앞서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과 정책이라는 내용물이다. 포장이 허름하면 조용히 무시당하고 말지만, 포장만 그럴싸한데 내용물이 엉망이면 그것은 사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은 “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수사로 대중의 지지를 얻어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고, 이 수사는 공허한 외침에 그친 것이 아니라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냉전 체제 이후 패권주의로 일관하던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버락 오바마도 마찬가지다. 그가 외쳤던 “Yes, we can”과 “Change”라는 수사에서, 변화를 갈망하던 미국인들은 희망과 용기를 보았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에 보여주려 하고 있다.

희대의 수사 2MB가 주는 씁쓸함은 이제 됐다. ‘좌’나 ‘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통찰력 있는 패러다임과 설득력 있는 정책으로 무장해, 만인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희망의 수사를 듣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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