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재즈댄스 동아리 ‘몰핀’의 회장을 맡으면서 겪은 일들이다.

지난해 9월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열렸던 동아리의 소공연을 위해 8월말에 필요한 예산을 적어 예산자치위원회(예자위)에 제출했다. 홈페이지 공지글에서는 2주에 한번 예자위를 소집한다고 돼 있지만 공연 이후 몇 주가 지나도록 예산신청 글이 심사대기로 뜬 채로 있어 예산지원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동아리들의 사정도 비슷해 문의글과 항의글이 여러 개 올라왔지만 이에 대한 답변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제52대 총학선거 준비기간인 10월 중순이 되자 공지가 게재됐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일처리가 제대로 안된 점 죄송합니다. 이번 51대 총학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항은 다음 총학에서 확실히 마무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첨부한 양식(탄원서)을 제출해야 확실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는 것이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많은 의문이 들었다. 2주에 한번씩 열린다는 예자위를 열 생각은 하지 않고 다음 총학으로 일을 떠넘길 궁리부터 할까? 탄원서는 도대체 무엇인가? 만약 예산신청을 했어도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인가? 점차 이 글이 언젠가는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서 다른 동아리들의 불만을 잠시나마 종식시키려는 의도로 비춰졌다.

또 새로운 52대 총학도 아직 예자위의 조직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처리가 늦어질 것이라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결국 2월말이 돼서야 예산신청이 승인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몰핀의 경우 동아리 특성상 예산이 필요한 부문들이 많아 회원들에게 비싼 회비(5만원)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때만 되면 자금난을 겪고 있다. 그래서 예자위에서 받을 예산도 계산해가면서 공연 예상 지출액을 정하는데 늦은 예산 배정으로 인해 오는 12일(목)에 있을 정기공연 준비에도 많은 차질을 빚었다. 지난 학기 때 받은 예산을 다시 받으리라 예상했지만 그 금액의 절반 정도만 지원받았기 때문에 모자라는 부분을 다시 채워넣어야 되는 상황이다. 공연을 하는 다른 동아리 중에도 비슷한 일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아리들은 대학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총학에서 학내의 동아리들과 그 동아리들의 활동들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박기범
산업공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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