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7일 3,000여명 규모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선발해 해외 인턴을 보내고 항공료 및 체재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사업을 발표했다. 이번 해외 인턴은 외교통상부(외교부)와 농촌진흥청(농진청) 등 5개 정부부처가 함께 시행하는 것으로 △한·미대학생연수취업(WEST) △글로벌무역전문가양성  △해외행정인턴 △농업분야인턴 등 총 7개의 사업에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큰 액수가 소요되는 사업의 시행에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가 주관하는‘ WEST(Work, English Study and Travel)’는 미국 현지에서 3~5개월간 어학연수를 받은 뒤 일을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인턴직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프로그램 지원 마감 직전에 참가자들이 대거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는 정원의 60% 수준인 190명만이 등록한 상태다. WEST의 한 참가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도 안 된 인턴직만 믿고 미국으로 출국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외교부 글로벌인턴추진단의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4월 전까지는 시간이 촉박해 인턴직을 확실히 마련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대신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받는 기간 동안 인턴자리를 연결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별다른 설명 없이 기존의 5개월, 3개월 과정의 어학연수 기간을 각각 3개월, 1개월로 두 달 가량 단축시키기도 했다. 이에 송진민씨(산업공학과·08)는 “정부가 갑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글로벌인턴추진단측은 “기존의 어학연수 기간이 줄어든 대신 강도 높은 어학 집중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어학연수 과정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 인턴 경험이 있는 조민씨(미국 조지워싱턴대 외교학과)는 “‘강도높은 어학 집중교육’이 무엇인지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정부의 일방적 해명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인턴을 구해주는 중개업체와 협상할 때 연수 일정과 비용 등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다면 인턴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진청에서 진행하는 ‘글로벌농업청년리더’의 경우 5~6개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의 목표로 ‘농업 전문 연구인력의 육성’ 및 ‘전문기술 습득을 통한 현지전문가 육성’을 제시했지만 학생들은 “고작 몇 개월간의 해외 인턴 경험으로 학생들이 전문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성급하게 인턴사업을 추진한 나머지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혜영씨(에너지자원공학과·08)는 “졸속적으로 시행된 정책은 결국 예산의 낭비를 불러온다”며 “정부는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팀 이재근 팀장은 “인턴직 청년들은 실업통계에서 제외되는데 정부가 이 점을 노려 땜질식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직무능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턴직의 확대는 사회적 낭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