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1면을 통해 서울대도 친환경캠퍼스 만들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녹색가게’. 나는 새삼 나의 학부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다.

환경지킴이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관악캠퍼스에 들어온 지 6개월 되던 때에 선배의 소개로 알게 된 녹색가게는 중앙도서관 터널 입구, 당시 가방보관소와 벽을 같이 위치하고 있었다. 유리문을 열면 2평 남짓 되는 공간의 벽면 진열대에 물건이 가득했다. 누군가의 손을 거친 책과 잡화, 우리학교 미대생이 직접 만든 악세서리 등이 진열돼 있었고 작은 코르크 게시판에는 물건의 주인에게 얽힌 사연 카드가 적혀 있었다.

별칭 ‘살림, 어울림’이기도 했던 녹색가게는 3R, 즉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쓰레기저감(Reduce)’의 실현을 목표로 생협학생위원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평소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나에게 녹색가게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살림이’ 라 불리는 자원봉사활동으로 시작해 본격적으로 녹색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일회용품의 소비가 가장 많아지는 축제 장터에 그릇을 대여하고 천연세제를 공급하는 것도 추진하고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제품도 적극 들여와 판매했다. 그 밖에도 녹색캠퍼스를 위한 심포지엄, 학기 초마다 생협학생위원회와 함께 교재장터를 열기도 했다. 후에는 대안화폐를 도입해 보기도 했다. 추진하는 일마다 모든 이의 대단한 관심과 호응을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녹색 가게를 통하여 소소하게 보람과 행복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열심히 꾸리기에 힘썼다.

내가 중앙도서관 터널을 지나가기가 꺼려지게 된 것은 중도가 깨끗하고 멋지게 꾸며진 이후였다. 교내에 새로 생긴 빵집도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증발해 자취를 감춘 녹색가게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 나의 마음에 큰 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녹색가게가 회자되고 있다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아련함이 밀려와 감회가 새롭다.

녹색가게와 생협학생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은 세상을 바꾸는 힘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나의 삶의 터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을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캠퍼스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녹색캠퍼스를 꿈꾸는 우리 서울대. 학내 구성원이 스스로, 또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녹색캠퍼스 만들기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참여 기회가 많아지기를 원한다. 더 소통함으로써 학내 구성원의 필요와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지난 날의 시행착오와 노하우도 공유하기를 소망한다. 공간을 가르는 벽을 넘어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닿는다면 관악에서 좀 더 신명나는 삶터를 서로 누리게 되지 않을까.

나도 어느덧 석박사 통합과정에 이르렀다. 건조한 지역의 복원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중국과 몽골을 오가면서도 내가 서있는 땅 어디서든 그곳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캠퍼스의 주인이 되는 방법의 일환으로 나의 전공 혹은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해 작은 사회인 캠퍼스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박고은
산림과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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