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 총학생회(총학)가 신입생환영회 자료집에 ‘폭탄주 제조법’을 실어 그릇된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일간지에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뿅가리스웨트’ 등 적나라한 폭탄주 이름을 내걸고 제조법을 상술했다는 내용을 보고 ‘이번 총학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만 되뇌었다.

‘폭탄주 제조법’에만 초점을 맞춘 언론들의 보도와는 달리 문제의 자료집에는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으니 자제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숙취 해소법과 같이 신입생환영회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해당 코너의 50%가 넘는 분량을 ‘폭탄주 제조법’으로 채운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었기에 비판의 여지가 다분했다.

학생들 사이에는 ‘서울대 총학’이 관련된 탓에 크게 다뤄졌을 뿐 문제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
도 있다. 언론사들의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에 실제로 문제가 있었고 대학생활, 술자리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재학생들은 보도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서울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다. 신입생들이 대학에 처음 들어와 받은 총학의 자료집에 ‘폭탄주 제조법’을 발견했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신입생환영회 기간마다 잘못된 대학 내 음주문화를 일깨워주는 여러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는 마당에 신입생들에게 풍부한 경험과 교양을 쌓아 적성을 찾아가도록 도와줘야 할 총학이 ‘폭탄주 제조법’을 공식적으로 소개했다는 것은 논란을 스스로 불러일으킨 셈이다.

한국사회에서 ‘서울대’와 ‘서울대 총학’은 분명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비운동권 선본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는 내용만으로 뉴스가 됐던 일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웠을 때 서울대 총학의 행보가 얼마나 많은 주목을 받았던가. 주변에서 서울대에 던지는 관심을 단순히 ‘귀찮고 억울하다’고 치부하는 것은 서울대 학생으로서 받은 혜택들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이며 특히 총학이 가져야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앞으로는 좀 더 깊은 고민을 통해 서울대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로서 이러한 흥미 위주의 아이디어에 매달려 본연의 자세와 책임을 잊어버리는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박일순
지리학과·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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