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개협, 총장과의 대화, 기성회이사회 참석 유명무실
총학 “의결권 없어 실질적인 학생참여 보장 안돼”
본부 “학생들에게 의결권 주기 힘들어”

본부와 학생 사이의 소통 부재는 많은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왔다. 최근 법인화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학내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던 본부와 학생들의 소통은 여전히 쉽지 않다.



◇열악하기만 한 학생참여 현실=현재 학생들이 본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크게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 참여와 ‘총장과의 대화’, 기성회이사회 참석 등 세 가지이다.

교개협은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을 통해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 본부 점거 투쟁 이후 출범했다. 교개협은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 개최되며 학생부처장과 학생대표 1인이 안건을 협의한 뒤 학생처장이 회의를 소집한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가 규정집 등에 명문화되지 않아  교개협의 개최 여부는 총학생회장이나 본부 관계자의 노력 의지나 성향에 좌우될 여지가 있다. 장재성 학생처장은 “교개협을 여는 것이 학생처의 일이므로 교개협이 임의로 열리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총학)가 요청하지 않으면 학생처장은 정기적으로 교개협을 열 의무가 없고 총학이 요청했을 때 학생처장이 회의를 소집하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다.

교개협은 1999년 출범이래 지금까지 모두 37차례 열렸으나 학생들에게 의결권이 없어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총학생회장 박진혁씨(경제학부·05)는 “교개협에서 학생들은 발언만 하고 본부가 이를 참고할 뿐 학생들에게는 의결권이 없다”며 “학생과 본부 사이에 분명한 힘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장과의 대화’ 역시 성사 여부의 결정권이 본부에게 달려있으며 총학의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 1999년부터 논의됐던 ‘총장과의 대화’는 무산을 거듭하다 2002년에 최초로 실시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총장과의 대화’는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정착하지 못한 채 총학이 요청할 때 본부가 이를 수락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본부가 총장과의 대화를 거절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06년 총학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구성된 단과대학생연석회의가 ‘등록금 인상분 반환 1만인 서명운동’을 근거로 총장과의 대화를 요청했지만 본부는 “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는 기구는 총학 뿐”이라며 거부했다.

기성회이사회에 학생대표 1인이 참석해 발언하는 제도도 유명무실하다. 지난달 열렸던 기성회이사회에 참석한 박진혁씨는 “총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세 가지 안건인 △장기적인 등록금 인하 △등록금 책정 과정의 합리적 개선 △학생 의결권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했다”며 “학생 주장의 합리성을 계속해서 주지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언권만 있을 뿐 의결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학생들의 공식입장을 밝히는 것 이상의 어떤 영향력도 없다. 게다가 ‘총장과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본부는 기성회이사회의 학생대표 역시 총학만을 인정해 총학이 없으면 참석조차 불가능하다.

이외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대학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행정서비스 모니터링 설문에 참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마저도 민원 수준의 참여만을 보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 내용이 ‘행정서비스 태도’, ‘전화응답태도’ 등 서비스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학생들의 응답 역시 “서비스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 등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완고한 본부-소통없는 학생사회, 의사소통 이중고!=학생이 의결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평의원회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총장과 함께 의결권을 갖는 유일한 기구인 평의원회는 학생들이 포함되는 부산대 등 타 국립대 평의원회와는 달리 교수와 학외인사로만 구성돼 학생이 평의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박삼옥 평의원회 의장은 “학생들이 평의원회에 참여하길 바라지만 학칙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해결하기는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장재성 학생처장은 “학생들은 학교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교 일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의결권을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같은 본부의 태도는 총학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50대 총학생회장이었던 한성실씨(미학과·03)는 “정책의 결정권이 본부에 있어 학생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본부에 호소하거나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학생사회 내부의 의사소통 부재다. 최근 8년간 연장과 무산을 반복했던 총학 선거는 이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과반 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과대학생대표회의는 무산되거나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단과대 단위의 소통 부재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학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연기·무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전학대회는 결국 무산됐으며 하반기 전학대회는 연기 끝에 겨우 성사됐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된 전학대회에서 총학이 내놓은 총론이 부결되는 등 의견수렴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인문대 학생회장 재석씨(인문계열2·06)는 “총학이나 단과대 선거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학생들이 학생회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라며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치의 기초인 과반과 동아리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5대 사회대 학생회장이었던 황덕일씨(사회복지학과·04) 역시 “본부와 총학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욱 시급한 문제는 학생들의 뜻을 모으는 것”이라며 “학생사회 내부에서부터 정확한 의견수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참여 어떻게 해야하나=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부-총학’, ‘총학-학생’의 관계 두 가지를 모두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 현재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인 교개협, 총장과의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학생들의 평의원회 참여 방안 역시 장기적으로 고려돼야 할 문제다. 학생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서울대와 달리 경상대, 부경대, 부산대 등 일부 국립대는 학생 참여를 명문화하고 있어 2~4명의 학생들이 평의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한다.

부경대 총학 측은 “참여하는 학생 수가 적어 모든 의견이 수용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예산에 대한 심의나 의결을 함께 하는 등 학교와 학생이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총학 측도 “평의원회에서 논의하는 사안이 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게 아닌 경우가 많아 아쉽다”면서도 “평의원회 참여를 통해 여러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총학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총학이 학생들과 본부를 잇는 다리 역할과 학생사회 내부의 정확한 의견수렴 기구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혁씨는 “자치단위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미 자치지원금 제도를 개선했다”며 “앞으로 자치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전문 책임자로 지정해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인화의 경우 총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본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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