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통해 대중의 뒤틀린 욕망을 비추고 싶었어요"
최근 한국전통회화가 때 아닌 열풍이다.「미인도」, 「바람의 화원」 등 대중문화 상품의 역할이 컸다. 이 작품들은 한국작가보다 서양작가를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서양풍 그림에 익숙한 관객들이 한국전통회화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다. 화단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손동현씨(동양화과98)이다.

손동현씨는 2005년에 데뷔한 신예 화가이지만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전통회화 재료와 대중문화 아이콘을 결합한 작품들로 주목 받고 있다. ‘전통 한국화와 팝아트의 만남’으로 요약되는 손동현씨의 작업은 누런 장지에 미 헐리우드의 영웅 캐릭터들이나 대중문화 스타들을 그리는 식으로 이뤄 진다. 특히 그림 옆에 제목이나 내용을 적는 제발(題跋)을 통해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배트맨과 로보캅을 그린 그림에는 ‘英雄排套先生像(영웅배투만선생상)’, ‘未來警察勞保甲先生像(미래경찰노보갑선생상)’이라고 적혀있다. 손동현씨는 “언어는 기표와 기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곤 한다는 것, 그리고 오해와 오역이 따르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손동현씨는 전통적인 영정 그림에 마이클 잭슨이 앉아있는 「KING」이라는 작품으로 또 한번 주목 받았다. 이제까지 다양한 대중문화 아이콘을 그렸던 그가 「KING」에서는 마이클 잭슨 한 사람만을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굳이 마이클 잭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스스로를 ‘팝의 왕’이라 칭한 이 인물이 그 동안 ‘대중음악이 패션, 영상, 과학 그리고 취향을 어떻게 반영해왔는가’를 증언하는 살아있는 역사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며 “대중의 사랑을 좇아 변화해간 그의 모습으로 대중의 뒤틀린 욕망을 비추고 싶었다”고 마이클 잭슨 어진(御眞)이 탄생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총 24점의 그림에서 마이클 잭슨 모습은 흑인 소년에서 백인 여성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팝의 황제로 등극하기 전후의 모습을 그에 걸맞은 한국전통회화 기법을 사용해 표현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잭슨 스스로가 팝의 황제임을 선언하기 이전인 1989년 이전에는 조선 사대부의 초상화에 기초해 호피를 깐 나무 의자에 앉아 화문석 족좌대에 발을 얹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1989년 이후에는 어좌에서 볼 수 있는 도상을 이용해 황금색 용머리가 장식된 붉은 의자에 앉아있는 식이다.

이질적인 듯 해 보이는 두 세계를 접목하여 주목받고 있는 손동현씨의 작품은 그 동안 단순히 ‘옛것’, ‘고루한 것’으로 평가받기 일쑤 였던 한국전통회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고 할 만 하다. 또 그의 작품에 대한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호의는 한국전통회화의 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최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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