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와 한국화, 이 두가지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한국전통회화를 지칭한다. 동양화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일제 강점기 때다. 1900년대 초엽 서양식 화법과 재료가 우리나라에 유입되자 이를 전통회화의 양식과 구분짓기 위해 서양화와 동양화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한국의 전통회화라 한다면 조선화라고 지칭하는 게 맞겠지만 일제는 1922년 제 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한국의 전통회화를 동양화라 명명했다. 우리민족이 한국 고유의 전통과 민족성을 자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광복 이후 1971년 김영기 화백이 「나의 한국화론과 그 비판 해설」이라는 글에서 ‘동양화’라는 명칭에 이의를 제기했다. 동양화라는 명칭은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이므로 이를 극복해 우리 미술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논지였다. 이는 당시의 민족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동양화 대신 ‘한국화’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크게 대두됐다. 이를 받아들여 198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을 비롯한 공모전에서 동양화 공모부문 명칭을 공식적으로 한국화로 개칭했으며 1983년에 개정된 새 미술교과서에도 동양화 대신 한국화로 표기하게 됐다.
하지만 이 움직임 역시 반발에 부딪혔다. 서양화단을 비롯한 미술계 인사들이 현재 토착화된 서양화도 한국의 그림으로 인식돼 가고 있는 단계에서 전통회화만을 통칭하여 한국화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반대한 것이다. 급기야 원로 서양화가들이 한국화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한국화’명칭 사용에 대한 이의를 받아들였다. 그 이후 1988년 제5차교육과정부터는 교과서에서도 한국화라는 명칭은 사라졌고 대신 전통회화, 수묵화, 채색화라는 용어들이 사용되기시작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국화’, 일본에서는 ‘일본화’, 북한에서는 ‘조선화’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회화를 어떻게 통칭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직도 논란거리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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