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향] 산업의학

지난 9일(월) 보건대학원은 서울 중구 태평로 주변 12곳에서 석면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석면 문제를 비롯해 한국 타이어 노동자 돌연사, 삼성전자 연구원 백혈병 문제도 논란이 됐다.

이러한 산업관련 질병에 대처하는 학문이 산업의학이다. 산업의학은 산업화가 진행되고 그 후유증이 부각됨에 따라 필요성이 대두됐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작업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산업의학자들은 직업성 질환의 인과관계를 연구한다. 질환의 원인을 파악하면 산업현장에서 그 위험요소를 관리, 차단할 수 있다.

◇산업의학의 원칙 ‘사전주의’=산업의학에서는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한다. 이 용어는 지난 1976년 서독의 환경정책에 처음 도입돼 1987년 ‘제2차 국제보존 북해회의’에서 국제적으로 사용됐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을 뜻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당시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전주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산업의학에서는 이 원칙에 입각해 위험성 평가를 진행한다. 위험성 평가 과정은 먼저 잠재위험 요인이 사고로 발전할 수 있는 확률과 그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의 피해 크기를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확률과 피해 크기를 곱해 위험도를 파악하고 그 정도가 작업장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인지 평가한다. 올해 노동부가 산업 재해자 1만여명을 줄이고자 내놓은 ‘재해예방시행계획’ 역시 위험성 평가에 기초했다.

◇산업전반에서 일반환경으로=과거의 산업의학이 산업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질병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일반 환경에까지 그 관심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일반인 역시 산업 공정으로 생산된 오염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산업’을 강조했던 산업의학이라는 명칭도 ‘직업’과 ‘환경’을 대변하는 ‘직업환경의학’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를 반영한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사공준 교수(영남대 산업의학과)는 「신축학교 실내공기질이 초등학생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신축학교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 등이 초등학생들의 주의집중력, 단기기억력 및 시각적 탐색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은 1교시에서 4교시까지 걸쳐 진행됐는데 신축학교에 입학한 초등학생들은 주의력을 요하는 실험에서 반응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일반학교 학생들의 반응 속도가 반복 측정에 의한 학습효과 때문에 빨라진 것을 고려하면 신축학교 학생들의 인지기능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의학회에서는 석면으로 인해 발병하는 악성중피종의 감시체계도 마련해 검토 중이다. 악성중피종은 진단 뒤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인 치명적 질환이다. 이 병의 규모와 발생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심폐병리연구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2001년부터 5년간 감시체계를 운영했다. 심폐병리연구회 회원들이 소속 병원에서 진단한 악성중피종 사례를 산업의학 전문의가 규정한 양식에 따라 보고하는 형식으로 감시체계가 진행됐다. 그 결과 18사례 중 8사례에서 확실한 직업적 석면 노출을 파악할 수 있었고, 6사례에서 유해환경 노출을 파악했다.

◇제도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하지만 이런 감시체계들은 시범 운행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악성중피종 감시체계 역시 한 연구회를 통해 구성됐기 때문에 모든 사례를 파악하기 힘들다. 산업의학자들은 또 다른 감시체계 중 하나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내놓았다. 이는 산업근로자에게 유해, 위험성을 가진 화학물질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국타이어 노사합동 자율점검 결과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일부가 누락되거나 그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돼 그 한계가 드러났다. 원종욱 산업의학회 총무(연세대 산업보건학과)는 “산업의학과 관련한 제도들이 아직 미흡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