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소모적인 친일 논쟁은 우리 사회의 역사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이었다. 지난 2일 이루어진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의 정신을 잘 살려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부끄러운 시기의 역사를 정면으로 되돌아보고 기록하여 후세에 남김으로써, 미래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고, 몇 차례의 무산 위기를 겪었으며 법안 내용이 계속 축소,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우리의 입장에서는 법안의 제정에 대한 환영과 함께 앞으로 진행될 역사 규명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앞으로 이루어질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기 위한 몇 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우선 광범위하고도 정확한 자료 조사에 기초한 역사 규명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방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자료도 많이 부족하고, 관련 인사들을 찾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역사적 진실을 찾는 것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구성될 '친일 반민족 진상규명위원회'가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가지고 진상 규명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확실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보장되어야 하며, 법안 성립 과정에서 축소되었던 위원회의 규모나 위상이 다시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들도 진상 규명 작업에 대한 지지와 감시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법안을 무산 시키려는 시도가 거의 성공할듯 했던 이번 법안 통과 과정을 보면  친일 잔재 청산에 대한 보이지 않는 저항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무산될 것으로 보였던 법안이 결국 통과된 것은 이러한 저항보다 더 강한 국민들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버리게 되면, 진상 규명 작업은 유야무야 될 것이다.

또한 제대로 실체 규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에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만일 조사 과정에서 나오게 될 일방적인 주장들이나 근거가 부족한 사실들이 성급하게 특정인이나 경쟁자에 대한 사회적인 단죄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난다면,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기도 전에 다른 반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됨으로써 친일 진상 규명 작업이 또 한번의 좌절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특별법 제정이 사회 각 부문에서 각자에 남아있는 친일 논란을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서울대학교에서도 친일 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정확한 사실 조사와 이에 대한 평가 작업을 통해서 친일 논란을 끝 마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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