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문제 해결 없이는 등록금카드납부 불가능해
분할 납부 횟수 늘여 학생 부담 덜어 줘야

‘등록금천만원시대’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생들. 매학기 거액의 등록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유독 등록금은 카드납부나 분할납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버스비에서 사소한 물건까지 카드결제가 가능한 이 간편한 시대에 소형차 한 대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액수인 대학등록금의 카드결제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 398개 대학 중 15%인 64개 대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공립대는 41개 대학 중 4개 대학 뿐이다. 교과부 학생장학복지과 남혁모 실무관은 “등록금 카드납부제 확대 시행을 위해 대학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대학 관계자들과 업무 협의도 했지만 카드사용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답보 상태에 놓인 실정”이라며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등록금 카드납부제는 정부가 대학에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 대학과 카드사의 협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국공립대 최초로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시행한 전북대의 경우 ‘전북은행 비자카드’에 한해 2개월 무이자 할부 납부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 등록금 납부 중 카드납부의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이미리씨(전북대 건축학과․04)는 “등록금 납부가 가능한 카드의 종류가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무이자 할부 개월 수도 2개월에 불과해 등록금카드납부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이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제 가능한 카드 수와 무이자 할부 가능 개월 수를 늘리는 등의 실질적인 등록금 문제 해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측은 “현재 2개월 무이자 할부도 카드사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무이자 할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카드사에게 돌아오는 손해가 너무 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전북대 측은 “현재 농협과 협의를 통해 거래를 추진 중”이라며 “거래 은행 확대를 통해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측도 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이유로 등록금 카드납부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서울대 재무과 김희범 주무관은 “등록금총액을 500억이라고 할 때 2%를 가맹점 수수료로 내면 10억이 카드사로 들어가게 된다”며 “학교 시설 확충이나 학생 장학금으로 쓰일 수 있는 돈이 카드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 배불리는 등록금 카드납부제보다 등록금분할납부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대는 2회에 한해 등록금분할납부제를 시행중이다. 하지만 양지은씨(불어교육과․05)는 “등록금분할제도 부담이 큰 건 마찬가지”라며 “분할 횟수가 2회에 한정돼 있는 한 등록금 문제의 해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등록금네트워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진선 간사도 “대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을 느끼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등록금 납부제 및 등록금 카드납부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종남 기획실장은 “분할납부 확대 실시는 공식적인 회의에 올려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조만간 해결책을 강구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사립대의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재무과 담당자는 “대학이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를 부담하기는 힘들뿐더러, 이를 부담하면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시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필 교수(순천향대 금융경제학과)는 “사립대의 경우 국립대와 달리 재정을 등록금 수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 한 등록금 카드납부제는 원활히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개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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