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OVER THE BLUE, SNU 2009

최근 ‘꽃남’ 열풍을 몰고 온 화제의 드라마에 출연한 한 젊은 연기자의 자살이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는 오랜 무명의 설움을 겪으면서 잘 지내오다 이제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느낌을 준다. 그녀뿐 아니라 근래에 심심치 않게 보도돼온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은 젊은이들에게 모방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해왔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던 시절을 지나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목표로 온 국민이 매진해온 결과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사회 전반에서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이 생겨났으며, 그런 문제로 인해 오히려 사회 구성원은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병들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단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10대, 20대들의 자살률이 우려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자살을 실행하게 하는 데는 ‘우울증’이라는 정신병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서울의대 정신과 함봉진 교수 등이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경도 우울장애를 포함할 경우 남학생 19.3% 여학생 32.0%가 우울장애를 겪고 있다고 보고됐다. 또한 학생들의 39.2%가 자살 생각을, 4.7%가 자살 계획을, 3.0%가 자살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우리는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 말한다. 그런데 실제 여기서 마음이란 뇌를 뜻한다. 우리가 분노와 두려움, 고통을 느낄 때 “마음이 아프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순간 ‘지금 나의 뇌는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란 것은 인간이 진화 과정을 겪으면서 몸의 균형 상태를 적절하게 만들기 위한 뇌의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우울감, 불안감 등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고 있는 것은 뇌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인 것이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정신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러 가지 역사적 비극과 희생을 불러 일으켜 왔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뇌의 정체가 하나 둘씩 벗겨지고, 병리학적으로도 정신병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최근까지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사회의 편견과 고정 관념을 바꾼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금부터라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런 취지의 하나로 금번 『대학신문』과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이 중심이 되어“OVER THE BLUE, SNU 2009”라는 슬로건 아래 우울증과 자살, 사이코패스, 불안장애, 충동과 강박증, 뇌와 신체, 그리고 스트레스와의 관계, 정신병 예방 등에 대한 내용으로 총 7회의 글이 연재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히 슬픔, 우울감 (BLUE)등의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자주 느끼게 되는 이런 감정들을 잘 이해하고 받아 들임으로써 자신의 삶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해 보자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기회가 미래 한국 사회의 주역이 될 서울대 학생들의 정신 증상 및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돕고 편견을 줄여 줌으로써,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예방뿐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의 고통과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 눈을 돌리게 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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