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소득불평등 심화
무너진 영미식 자본주의
불평등 해소와 소비 진작 위한
새로운 경제정책 필요해
이렇게 후발국의 소득이 선발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과소추격’ 현상은 수많은 돈과 경제학을 동원해 후진국의 성장을 돕고자 했던 IMF와 세계은행의 존재를 무색케 한다.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주류경제학의 처방을 열심히 따라했던 남미, 아프리카가 나락에 빠지자, 로드릭 등 주류경제학자도 워싱턴 컨센서스의 종언을 선언했다. 경제위기 이후 국가가 다시 등장함에 따라 이제는 그 모국 미국에서도 워싱턴 컨센서스가 통하지 않게 됐다. 과거 무역자유화가 이뤄져야 성장이 가능하다며 후발국들에게 시장 개방을 요구하더니, 이제는 뻔뻔스럽게도 자기들이 먼저 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오고 있다.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 때 한국에 이자율 상승을 처방으로 강요하던 미국과 IMF는 정작 미국에는 이자율 인하를 처방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과다소비인데 이를 또 미국의 소비 진작과 달러화 찍어내기로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 안정책이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선진국은 농산물 등 자기들의 시장을 후발국에 더 개방하되 후진국에는 자국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줘 후진국의 소득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비가 늘어나게 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스티글리츠는 세계 각국이 자기보다 못사는 나라에게는 자국 시장을 개방하되 자기보다 잘사는 나라에 대해서는 시장을 보호할 권리를 주는 방식을 ‘비대칭적 혹은 순차적 개방’이란 말로 표현한 바 있다. 또 미국만 득을 보는 달러 찍어내기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안적인 국제 및 지역적 기축통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새 국제통화 없이는 후진국은 계속 위기 대비용으로 폭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달러 비축을 위해 소비를 억제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영미식 자본주의가 만국에 맞는 모델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의 경제 위기를 통해 판명이 났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영미식 모델을 강요받은 결과 자본유입으로 투자가 늘기는커녕 총투자율이 5%포인트 이상 뚝 떨어졌고 또다른 금융 불안정성의 씨앗이 뿌려졌다. 미국을 따라 금융기관 간 벽을 허무는 법을 제정했더니 정작 위기 후 미국에서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 재벌이 도덕적 해이의 주범이라고 하더니 재벌은 현재 잘나가고 있는 반면 메릴린치는 망하기 전날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주인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위기 없는 안정적 성장을 위한 경제정책의 독립선언이 필요하다.
대학신문
snupres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