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캠퍼스 꿈꾸는 서울대
무분별한 공사 이뤄지고 있어
선계획 후개발 원칙 속에
장기적 마스터플랜 수립해야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캠퍼스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연구 활동이 많아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며 단일 공공 기관 중 에너지 사용량이 3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년부터 친환경 캠퍼스를 표방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지속가능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의 노력은 대학이 앞장서 지속가능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을 표방하는 학교임에도 캠퍼스 곳곳에서는 망치를 두들기고 포크레인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현재 서울대는 세계적인 수준의 역량을 갖춘 연구중심대학으로 커나가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연구 공간 및 강의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는 필연적으로 건축물의 증가를 가져와 개교한 시기인 1970년대보다 2000년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더 많고 증가율도 빠르다. 마치 산업화 시기에 눈뜨고 일어나면 아파트가 들어서던 도시처럼 서울대도 신축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은 필요악이다. 연구 공간의 확보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존재하나, 경사지가 낮은 빈 땅이 있으면 일단 짓고보는 현재의 건물 신축은 서울대의 자연환경적인 지속가능성과 구성원의 지속가능성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 푸르른 녹지와 새들의 지저귐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환경적인 문제라면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서울대 구성원의 야외 체육 시설이나 쉼터가 줄어드는 것은 서울대 구성원의 건강과 행복 등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흔들리는 문제다. 매년 건물이 많이 들어서는 것과는 반대로 학내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야외 체육시설 및 오픈 플레이스가 확보됐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연구 공간을 확보하면서 캠퍼스의 자연환경과 구성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필자의 짧은 생각이지만, 우선 캠퍼스에도 선계획 후개발의 원칙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 장기적인 캠퍼스 마스터플랜 하에 건물을 신축하고,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통해 신축과 동시에 야외 체육 시설 및 오픈 스페이스를 확충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건물을 짓기 전에 학교 내 시설물의 공실률과 유휴지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불필요한 건물의 건설을 막고 학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선언과 그를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 및 이의 실천을 위한 서울대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절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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