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광채
댄 로이드 지음┃강동화 옮김┃예담┃624쪽┃2만5천원
의식은 어디에 존재할까. 과거 사람들은 의식이 심장에 있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현재 뇌과학자들은 의식이 뉴런 간 상호 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정신이 물질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과 현상학이라는 거대한 돋보기를 통해 의식의 실체를 파악하는 『서늘한 광채』가 지난 6일(금) 출간됐다.

현상학은 의식에 나타나는 현상을 포착해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상학자들은 의식을 뚜렷이 분리된 개별적인 순간들로 이뤄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은 “현상에는 ‘지금’이 지나간 과거의 그림자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독일의 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말하는 세 부분으로 이뤄진 현재다. 우리는 야구공이 마운드 위에 떠있는 파편적인 순간만 보고도 그 공이 앞으로 날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조금 전에 공이 날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고 그 공이 앞으로도 날아갈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과 교수이며 뇌과학자이기도한 저자 댄 로이드는 현상학에서 발견한 의식의 특성을 뇌과학에서도 찾아내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현상학에서 말하는 의식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 순환 네트워크’가 적합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이 네트워크는 입력 층과 출력 층, 그 사이에 있는 잠복 층 그리고 맥락 층으로 이뤄져 있다. 맥락 층은 잠복 층의 가장 최근 상태를 복사하고 이 복사본을 다음 입력 정보와 함께 다시 잠복 층으로 보낸다. 이런 방식으로 네트워크는 과거와 현재의 정보를 모두 감싸 안게 된다. 만약 뇌의 작동방식이 위 네트워크와 같다면 이는 현상학적인 ‘지금’과 일치할 것이다.

저자는 현상학에서 바라본 의식의 또 다른 특성을 뇌과학으로 풀어낸다. 현상학자들은 의식 안에 시간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의식이 예전의 상태에서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뇌과학으로 풀어내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뇌 활성화 정도를 측정한다. 실험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뇌 영상을 비교하는데, 하나는 특정 행동을 할 때 짧은 시간 간격으로 여러 번 촬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과는 무관하게 피험자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촬영한 것이다. 실험 결과, 뇌 영상 간 유사성은 짧은 시간 간격으로 촬영한 것이 더 높았다. 행동의 동일성보다 시간의 근접성이 뇌 상태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결코 같은 강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같은 의식의 흐름에 두 번 들어갈 수 없고 우리의 뇌도 같은 상태를 두 번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의식의 모든 베일을 벗겨 내진 못 한다. ‘왜 의식이란 것은 존재하는가’, ‘왜 주관적인 경험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등 아직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의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관념적 사고에 머물지 않고 의식을 해석하기 위해 자신의 이론을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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