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포장만 바뀌는 대입정책 개선
사교육 과열 해결하지 못해
초·중·고 교육의 제반환경 고려한
근본적 변화 모색해야

사교육을 물리칠 수 있다고 기대되는 신무기가 도입된다는 소문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물론 그 이유가 사교육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입학사정관제’라는 명칭의 신무기는 미국에서 만들어졌으며 국내 시험기간을 몇 년 거치지도 않고 대규모로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비싼 값을 주고 사들였던 여타의 미국산 무기들처럼 정부는 이번에도 입학사정관제에 통 크게 주머니를 열 모양이다. 약 236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과열 양상을 해소시킬 수만 있다면 참으로 저렴한 값이지만 호시탐탐 정부 지원금을 받을 기회를 노리는 대학들에게는 군침 넘어갈 통 큰 액수일 법도 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여기저기서 안 좋은 소식만 들려온다. 가장 기본적인 입학사정관들의 인원수, 전문성부터 시작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문제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소식이 으레 예상했던 점이라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여기에 답답한 속보 하나 더. 정작 총알을 수입한 쪽은 억지로 구식 총에 집어넣으려는 형국인 반면 발 빠른 사교육은 벌써 신식 총알에 적합한 신식 총을 이래저래 연구 중이란다. 연전연패 전적에 1패를 더 추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 지나친 비관주의일까.

전쟁 역사를 살펴보면 병력의 열세를 뒤엎고 승리를 거둔 뛰어난 지략의 소유자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러나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요소로는 신무기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대 로마의 전차 부대, 중세의 중무장 기병, 근대에 접어들며 총포 문화, 최신 핵무기까지.

그렇기에 몇십년간 뿌리내려 온 존재를 상대하려면 신무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신무기도 신무기 나름이다. 검증 절차 하나 거치지 않아도 무조건 새로운 정책이라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2~3년에 한번씩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갈아주는 센스에 탄식한다.

이렇게 지조 없이 바뀌는 정책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릴 리가 없다. 실제 한국의 교육 정책은 대입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좋은 대학의 일원이 되기 위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몸부림이 만들어낸 사회적 생명체가 사교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입정책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입정책의 변화를 위해 대입정책 신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신식 총알을 구식 총에 억지로 장전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기초학문의 발전 없이 응용 학문의 발전이 있을 수는 없다. 초·중·고 교육은 기초학문이고 대학 교육은 응용 학문이다. 초·중·고 교육환경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진정한 대입정책의 변화가 올 수 없다. 논술을 가르쳐 줄 교사가 없는 환경에서 문득 논술시험을 본다고 하면 학생들은 어떻게 할까. 관심 분야의 책 한권 읽기도 부담스러운 환경에서 성적외 다양한 요소를 함께 평가한다고 하면 학생들은 어디로 갈까. 애초에 정해진 길이 아니었을까.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한다. 무너져가는 집을 리모델링해도 진행되는 낙후와 붕괴를 막을 수 없다. 뼈대부터 튼튼히 해야 비로소 무너질 염려 없는 안전한 집이 된다. 더 이상 대입정책만 건드리며 그럴듯한 겉포장으로 시간을 보내는 악수(惡手)는 사양이다. 진정한 인재를 양성하고 부가적으로 대입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초·중·고 교육의 제반 환경 개선을 위한 신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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