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자 1753호 5면
"산업의학의 '위험사회론'" 기사를 읽고

‘산업의학’ 분야의 연구 동향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병원조차 찾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질병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의 산업의학이 최근에는 일반 환경에까지 관심 영역을 넓혀 가고 있으며 아직은 미흡한 산업의학 관련 제도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그 혜택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7일(화)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30층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다친 몽골 출신 등 외국인 노동자 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사라졌다고 한다. 이들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로 신분이 드러났을 때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결국 치료마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사고를 당했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틀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반면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고 아프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라는 검색어로 기사를 검색하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양의 기사들은 산업재해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바로 이곳에 존재함을 증명한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발행한 다국어 뉴스레터 「MigrantOK」 8월호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노동자 전체의 산업재해 발생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는 늘어나고 있다. 또 등록 체류자, 미등록 체류자, 산업연수생 등 체류 자격별로 재해율을 분석하면 그동안 이주노동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가 은폐, 축소되거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여러 병원들과 사회단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를 하거나 의료 혜택을 마련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 이주노동자의 10%정도만이 혜택을 보고 있을 뿐이라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산업의학’이란 학문은 점점 더 체계를 잡아가고 기술도 나날이 발전해가며 그에 따르는 제도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의 가장 큰 피해자인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 속도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아니 오히려 계속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산업재해 피해보상 제도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학문이며 제도인가를 돌아볼 때다.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 3D산업에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이를 넘어서 같은 인간으로서의 애정과 아픔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그들을 위해 그들에 대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제 한국인을 넘어서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허혜정 산림과학부 ·07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