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자 1754호 1면
"제2전공제 실질적인 의무화" 기사를 읽고

제2전공제가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농생대 등에서 시행된다. ‘의무화’ 조항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본부도 시인한 것처럼 사실상의 의무화이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 본부가 제2전공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제도를 도입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일부 단대의 08학번 학생들은 제2전공제가 자신들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몰랐다고 한다.

현재 인문대와 사회대 재학생이 졸업 하기 위해 수강해야 하는 전공학점은 39학점이다. 기타 단대에 비하면 많지 않은 학점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전공과목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전공의 과목들을 들을 수 있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졸업하기 위해 더 많은 전공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제2전공제가 도입된다면 자율적인 수업선택은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또 본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연계전공, 심화전공, 학생설계전공 등은 쉽게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러 전공 강의들도 강의실 부족과 교수-학생 간의 피드백 부재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졸업 요건인 13개의 전공 강의만 개설하고 있는 학과의 경우 심화전공을 개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고려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제2전공제가 인기 학과에만 학생이 몰리고 비인기 학과의 강의는 점차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편 제2전공제의 도입으로 졸업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아질 것이다. 현재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8학기 졸업을 못하고 있다. 졸업이 늦어지면 등록금 부담도 커지기 마련인데 제2전공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제2전공제의 의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업선택권 침해, 학과 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 졸업에 대한 부담 등의 부작용이 너무나도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도입하기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시설 확충과 더 많은 강좌 제공은 물론 학생들의 여론수렴이 충분히 이뤄진 후 제2전공제를 도입해야 한다.

최지수 경제학부·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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