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금융 소외와 마이크로 크레디트
‘금융 소외 빈곤층위해서는
단순한 지원보다
자활 가능케 하는 제도 필요

“내가 가르쳤던 경제이론들 중 그 어느 것도 내 주변의 삶을 반영해주지 못했다. 나는 이론에서 탈출해 가난한 사람들 속에 있는 실제 경제학을 발견해야만 했다”는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그는 신용대출은 곧 인권이라는 신념으로 1983년 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이란 뜻의 ‘그라민은행’을 설립해 제도 금융에서 소외된 빈곤층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소액 융자를 제공했다. 1993년부터 흑자로 전환된 그라민은행은 대출받은 600만명의 빈민들 가운데 58%를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IMF 이후 한국에서도 ‘사회연대은행’이 설립돼 현재까지 18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26일(목) 공익인권법센터는 서울대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국내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을 처음 도입해 정착시킨 사회연대은행 이종수 상임이사(사진)를 연사로 ‘금융 소외와 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주제의 강연회를 열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란 제도 금융에서 소외된 빈곤층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소액 융자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수 상임이사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난은 개인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사회 구조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며 “가난에 빠지면 신용 등급이 낮아져 제도 금융권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되고, 이것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채가 누적되면 신용이 떨어지게 되고, 제도 금융권 이용이 불가능해짐은 물론 노동시장으로의 진출도 어려워지게 돼 결국 ‘금융 소외’가 악순환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사회가 나서야 한다”며 ‘함께 하는 사회’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소외되는 사람을 품어 함께 성장하자는 ‘Inclusive Growth’ △협력과 공생으로 공동체 자본주의를 실현하자는 ‘Weconom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등이 포함된다. 그는 “현대사회에서는 국가의 일방적인 시혜적 복지가 아닌 그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생산적 복지가 중시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수 상임이사는 이어 용두동의 주꾸미 가게를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의 긍정적 사례로 들며 “저소득층을 빈곤의 악순환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지원, 교육 훈련, 마케팅 경영 지도 등 총체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꾸미 가게를 위해 사회연대은행은 전문가를 동원해 장소를 물색하고, 요리사를 고용해 음식 메뉴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다”며 “이러한 지원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활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빈곤층을 지원했는데 85%가 성공해 원리금을 상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참석했던 오준규씨(법학부․08)는 “사회연대은행은 극빈곤층을 지원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극빈곤층은 자활의지가 없다고 취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 내용도 주로 자영업 지원인데 이는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종수 상임의사는 “원리금 상환 여지가 희박할 경우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부로 운영되는 은행은 아직 자활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를 통해 제도를 마련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풀뿌리 운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기업 연구 동아리 WISH의 회장 김세정씨(인류학과․04)는 “이번 강연을 계기로 서울대에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 및 혁신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데 관심이 증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