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의지 뚜렷하나 성과는 지켜봐야

▲ © 최정민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지금, 학내의 여러 구성원들의 정 총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특히 역대 총장들에 비해 정치색을 배제하고 학교내의 변화와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취임 전에 기대했던 것 만큼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취임 초 현안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에 따르면 “정 총장이 사회대 학장으로 있던 작년 6월 말 김민수 교수 복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었는데, 지금은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총장이 되기 전의 개혁적인 마인드가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김 교수의 복직 문제가 서울대에 새로운 바람을 진작시키는 상징적인 의미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악사 파업으로 불거졌던 노조 문제 또한 당시 파업을 무마시키는데만 급급했을 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학내 의사소통 구조의 민주성, 효율성
지난 6월 18일(수) 서울대는 평의원회의 위상을 심의 의결기구로 강화하고,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학칙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평의원회가 총장 권한에 대한 견제 및 감시 기구로 발전한 것으로, 대부분의 교수들은 민주적인 의사소통체계를 이루겠다는 정 총장의 약속에 한 발짝 나아간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한다.

그러나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을 중심으로 이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평의원회가 실질적 대의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예산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갖는 교수의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교협 총무 임홍배 교수(독어독문학과)는 평의원회가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총장선출권한을 제한해 간선제로 복귀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최갑수 교수는 “정 총장이 추진하는 일련의 개혁들이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며 “대학의 자율권 보장을 위해서는 좀 더 실질적인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 소속인 사무국장이 갖고 있는 ‘예산편성권’과 ‘자체감사권’을 학교 기획실로 이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성도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전문적인 행정능력이 없는 교수가 사무국장직을 맡을 경우 더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감사 등이 부실하게 이뤄질 염려가 있다”고 주장해,  교수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본부-학생 정기적 대화로 원활한 의사소통 이뤄야"

한편, 정 총장은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를 활성화하고 여러 경로로 학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유도하겠다고 말했으나 지난 1년 동안 ‘총장과의 대화’ 두차례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부총학생회장 홍상욱씨(경제학부ㆍ99)는 “교개협의 경우, 교수 위주로 이뤄져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총장과의 대화 또한 큰 실효가 없었다”며 “앞으로 본부-학생간 정기적인 만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균형선발제
지난 달 입학관리본부에서는 2005학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인 ‘지역균형선발제’의 단과대별 선발 비율을 발표했다. 지역균형선발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뽑아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 결과적으로는 사회통합에 기여하겠다’는 정 총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추진됐다. 일각에서는 내신이 선발 기준으로서 합리적이지 않고 서울 거주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인문대 학장 이태수 교수(철학과)는 “그동안 수능성적만이 평가의 기준이었기 때문”이라며 “내신도 나름대로  고등학교 내부에서의 합리적인 평가방식이며, 지역균형선발제 실시를 계기로 내신평가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 및 연구 인프라
정 총장은 연구 부문에서 인적ㆍ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나 민간부문에서 연구비를 유치해 연구비 지원과 학문후속세대 지원에 힘쓰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연구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교수 연구비를 인상하면서 이를 기성회 회계에서 지급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는 지난 1년동안 ‘기성회비 인상’과 관련해 ‘국민감사청구’ 등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정 총장은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돈은 필요조건”이라며 “재정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뚜렷한 재정확충 방안이 기성회비 인상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운찬 총장 공약사항

1. 지성적 권위의 회복
⑴ 지성의 자존심을 지키는 총장
⑵ 서울대의 미래는 서울대가 결정하도록
⑶ 민주적 의사소통체계 확립

2. 연구 지원을 위한 제도 개혁
⑴ 기초학문 보호 육성, 응용학문 지원
- 연구중심대학 지향과 엘리트를 위한 학부 교육의 병행
⑵ 캠퍼스 공동체 조성
- 연구에 필요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보
- 단과대 자율성 확보를 위한 운영체계 개혁

3. 총분한 재정 확보
⑴ 발로 뛰는 총장
- 정부ㆍ민간 부문으로부터 충분한 재정 확보
⑵ 교수복지 개선
- 보수 인상, 2백 가구 이상의 교수아파트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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