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만 찾는 서울다움이
진정한 우리 정체성의 모습일까
우리들의 삶과 추억이 묻어나는
현재가 진짜 서울이 아닐런지

정인철 문화부장
개발 열풍이 도시의 현 모습을 지워가는 한편에는 전통 양식의 한옥 마을이 서울의 또 다른 곳에서 새로 지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서울다운’ 도시를 추구하는 서울시의  ‘한옥선언’ 이행을 위해서란다. 오랜 세월 서울 시민의 휴식처가 돼왔던 동대문 운동장이 철거된 자리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들어선다. 서울과 전혀 관련없이 보이는 디자인 플라자지만 옛 서울 성곽의 일부를 재현한 구조물을 설치해 600년 고도(古都) 서울의 정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일련의 시도들에 모두다 슬로건으로 내건 것은 ‘서울다움’이다. 현재의 모습을 지워내고는, 그 자리에 ‘옛 것’의 무언가를 만들면 된다는 양.

우리에게 ‘서울다움’은 꽤나 낯선 형용사다. 그에 대한 논의(혹은 논쟁)를 쉽게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일반적으로 ‘우리만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면 벌써부터 고루해지는 ‘한(恨)의 정서’가, 또는 소풍날에 가던 ‘민속촌’의 지루한 기억이 떠오른다. 결국 서울시의 정체성 찾기는 이러한 ‘전통적인 것’하면 떠오르는 일반적 통념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서울다운 모습인지는 의문이다.

600년 고도 서울의 특징은, 오히려 최근 100년 동안 발현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급격하게 이뤄진 근대화와 과거의 전통이 공존하며 나타난 현상들이 세계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서울의 개성을 만들어냈다. 종로의 대로변에서 한발짝만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어지러운 골목길에는 도시화 되기 전 ‘한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조리가 간편한 전통음식들은 길거리로 나와 우리의 간식거리가 됐다. 과거 서민들이 즐겼던 주막이 도시의 한편을 차지해 명물거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계획되지 않은 자생의 결과가 서울의 본 모습 즉 ‘서울다움’이라 한다면 이상한 일일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자생의 결과는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우리다운 것을 ‘전통’에서만 찾으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민속촌이 들어서고 있다. 피맛골은 거대 오피스 단지 아래에 묻혀버릴 예정이고, 거리의 노점상들은 자리를 잃었다. 캐나다 토론토의 도시 문화 잡지 ‘Now’는 외국의 도시에서 토론토가 배워야할 점 중 하나로 서울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꼽았다. 혹자는 서울의 독특한 개성을 종로거리에서 발견한다. 전통 한옥에서부터 1940년대, 1970년대, 그리고 현대식의 각양각색의 건물이 혼재돼 있는 모습. 이러한 전통과 현대의 이상한 공존이 진짜 서울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리 자신은 혼잡하다고만 느낀 것이 외부의 시선에선 오히려 정말 '서울다운 것’이 된 것이 아닐까?

결국 서울다움을 이야기 할 때는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좋든지 싫든지, 예쁘든지 추하든지 간에, 지난 기간 형성돼온 현재의 모습이 바로 우리다움을 의미한다. 일상을 지우고 과거에서만 그것을 찾는 것은 지루하고 고루한 민속촌 같은 도시를 만드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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