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진료와 서비스 이전에
교육과 연구가 우선돼야
대학과 병원의 발전 위해선
적극적 협력연구 필요해

박노현  교수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연건캠퍼스 앞길이 ‘대학로’로 불리게 된 것은 1975년 서울대가 관악산 자락으로 옮겨가기 전 서울대 문리과대학, 법과대학 시절부터였다. 아무 택시나 잡아타고 “대학병원 갑시다”라고 하면 두말 않고 지금의 서울대병원, 당시 서울의대부속병원 정문에 내려주던 시절이었으니, 서울대병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태평성대였다.

그러나 대형 사립병원들, 나아가 해외 유수의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지금의 서울대병원은 최고의 의술은 기본이고 서비스에 있어서는 일류호텔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 최고의 의술과 최상의 서비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 병원들은 저마다 전문성과 친절을 무기로 각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대학병원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대학병원의 설립 목적은 교육, 연구, 진료이다. 대개 사람들이 병원하면 떠올리는 것은 진료겠지만, 최상의 진료는 친절한 서비스 이전에 질 높은 교육과 연구가 바탕이 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대학병원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진료에 앞서 교육과 연구가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대표 병원인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서울대병원이 1978년 서울대에서 분리, 독립한데다가 의대, 간호대, 치대 캠퍼스만 연건동에 있다 보니 서울대와 멀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서울대와 서울대병원을 별개로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과대학 교수들의 경우 병원에서 겸직을 하고 있으며, 병원을 이끌어 가고 있는 수많은 인재들 역시 서울대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교류 외에도 대학, 특히 의과대학과 병원은 상호협력과 발전을 위해 중지를 모으고 있으며 협력연구도 활발하다.

그러나 대학과 병원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친밀한 관계가 요구된다. 특히 연구분야에서는 대학과 병원이 아무리 친밀해도 넘침이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인 바이오, 의료정보, 의료기기 및 장비 개발 등에서 의학의 역할은 중추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BT산업이 미래 국가성장동력으로 점쳐지는 한편, 웰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의학적 지식을 과학기술분야뿐만 아니라 법학, 경영학, 사회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과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대학병원이 교육과 연구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뿐 아니라, 대학의 학문적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아직은 미진한 대학-병원 간 협력연구가 서울대 가족들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점을 들면 관악캠퍼스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서울대 가족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서울대 보건진료소에 대한 병원의 지원 방안에 대해서 대학과 협의 중이다. 서울대 가족 여러분의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목련과 벚꽃이 막 몽우리를 터뜨리는 마로니에공원에서 농구를 즐기는 학생들, 공연장을 찾은 젊은이들 사이를 걷다보면 관악사에서 보냈던 학창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머지않아 봄꽃이 만발할 관악캠퍼스에서 서울대 가족들과 더욱 가까이 만날 날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