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은 어김없이 수강신청이라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학생들은 강의계획서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선배들이나 주변 학우들의 경험담에 많이 의존한다. 수업량이 적어 부담이 없으면서도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소위 ‘대세과목’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과목을 들을지 결정할 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과목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 △교수의 강의진행 방식 △수업의 질 △학점 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의 정원 △출석, 리포트 및 시험 비중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이러한 요소들을 골고루 고려하지 않는 듯 하다. 학기 초 어떤 강의는 정원이 모자라 폐강되는 반면 어떤 강의는 초안지를 내러 온 학생들이 너무 많아 선착순으로 일부만 수용하는 사례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초안지를 내고자 하는 것은 해당 강의가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인기 강좌는 토론식 수업이 적게 이뤄져 부담이 적거나 매시간 출석을 부르는 방식이 아니거나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횟수가 적은 등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교수가 학점을 잘 주는 소위 ‘학점을 뿌리는 강의’를 골라듣는 학생들도 다수 있다.

학생들의 이러한 강의 선택은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환학생이나 인턴십과 같은 각종 프로그램에 선발되기 위해서 좋은 학점을 유지해야 한다. 또 취업 관문에서 학점을 입시의 내신성적처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대두되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이처럼 ‘스펙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으며 강의 선택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학생들은 부담이 별로 없는 ‘대세과목’을 들음으로써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마저 스스로 놓치고 있다. 영어강의를 적극 수강하고 다양한 토론식 수업에 참여한다면 실질적인 영어 사용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고 리포트를 많이 제출해야 하는 강의를 수강할 경우 대학 졸업논문을 작성하거나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을 함양하는 데 매우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대학생들은 보다 깊게 학문세계를 탐구하려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는 치열하게 도전하는 기회가 돼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근시안적 선택보다는 ‘대세’에 역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지연

        외교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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