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되기 위한 조건은
IQ가 아닌 호기심과 열정
남과의 차별화 통해
세계를 향해 나아가길

오헌석 교수
교육학과

한국사회의 인재들이 어떤 분야로 이동했는지를 가늠해보면 우리나라 발전 과정의 이면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초까지 우수 인재들은 육사에 지원해 군인이 됐다. 개발의 시대가 시작된 1960년대 중반 이후 1970년대 말까지는 고시를 통해 행정부 관료로 진출했고, 이후 기업이 성장하면서 1980~90년대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임원과 CEO를 꿈꿨다. 이런 과정을 보면 한국의 우수 인재들은 권력과 소득이라는 양대 축을 따라 움직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한국의 인재들은 무엇을 지향할까? 지난 50년간 한국사회의 큰 줄기를 좌지우지한 집단이 군인, 관료, 기업인으로 이동해 왔다면, 오늘 이후의 사회에서 어떤 인재 집단이 사회의 주축세력이 될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1960년대 미국인에게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느 어느 회사에 다닙니다’라고 대답했고, 1970년대 이후에 동일한 질문을 던지면 ‘무슨 무슨 일을 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고용기관에서 전문 지식 분야로 이동하고 있는 이러한 현상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회사인간의 소멸과 함께 나타나는 직업세계의 급격한 분화와 전문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전후에 이러한 변화가 본격화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억대 연봉의 고소득을 누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인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도로 전문화 된 시대에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머리가 좋아야 할 것이다. 얼마나 좋아야 할까? 머리가 좋을수록 전문가가 될 확률은 높아질까? 머리의 좋고 나쁨을 가늠하는 대변자로 군림해 온 것이 지능지수(IQ)와 학교성적이다. 지능연구에 의하면 IQ의 역치는 115이다. 점수가 높아진다 해서 직업세계의 성취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농구선수의 키와 비슷한 효과이다. 175센티미터로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80센티미터가 나을 것이고 190센티미터는 그보다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된다 해서 최고의 농구스타가 되지는 못한다. 순발력, 체력, 슛감각 등에서 승부가 나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필자가 생명보험영업인, 방송프로듀서, 과학자, 공학자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추앙받는 130명을 집중 연구해 본 결과, 이들 전문가들의 출신대학은 다양했으며, 소위 ‘스카이’ 대학 출신의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까지의 성적이 최고의 성취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성취동력은 무엇일까? 분야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호기심과 열정이었고, 둘째는 남과의 차별화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궁금한 게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 궁금함을 끊임 없이 찾아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진력했고, 일단 끌리는 분야를 찾으면 휴식도 식음도 잊은 채 빨려들어 갔다. 또 하나의 특징이 남들이 하는 것은 결코 따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교수이건 멘토건 선배건 자신을 성장시킨 사람들의 어깨를 딛고 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우리 학생들도 자신의 마음속에 남과 다른 무엇이 불타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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