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경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요즘 나를 온통 사로잡고 있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날씨와 활짝 피어나는 꽃들이 만들어내는 나른하고 행복한 분위기다. 언제부터 저기 있었나 싶게 인지하지 못했던 나무들이 어여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 까닭이다. 학교에 오래 있을수록  학교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에 감탄하고 감사하게 된다. 내가 가꾸지 않은 것들이 내게 주는 혜택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왠지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미안해 지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뾰족해진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좌절했던 것들까지 희망으로 바꿔주는 힘을 갖고 있다.

당연한 계절의 순환이나 사소한 것들이 사람을 쉽게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제출일이 다가오는 과제들과 오늘 내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힘들게 한다. 그러나 정말로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방금 목표를 성취했거나 뜻밖의 행운을 만났을 때와 같이 매우 행복한 때조차도, 타인과 비교를 시작하는 순간 행복은 순수한 이름을 버리고 상대적 우월감이라는 천박한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비교’하게 되면 내가 가진 것들은 상대적으로 형편 없고 부족한 것으로 전락하고 나는 불행에 휩싸인다.

게다가 상대적인 경쟁에서 승리해서 느끼는 행복은 언제나 한계를 가진다. 내가 이긴 상대보다 더 우월한 상대가 나타나면 이전의 행복은 전혀 가치 없는 것이 된다. 또한 지금의 행복보다 더 그럴싸한 행복을 발견하게 되면 현재의 것은 즉각 시시한 것이 된다. 물론 이것이 현대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도외시하거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회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손자병법에서 손무는 “뛰어난 장인은 조각을 할 때 이미 나무와 돌 속에 조상(彫像)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심안(心眼)으로 보고 나서 단지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어 작품을 만든다. 전쟁도 그와 같아서 승리가 이미 결정적인 사실이 되었을 때에만 싸워야 한다. 그때의 싸움은 이기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승리한 것을 자기도 확인하고 적에게도 확인시키기 위해 싸우는 데 불과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만큼 비교 우위가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병법의 귀재인 손무는 내 전열이 절대적으로 뛰어나 적과 실제로 싸워보지 않아도 승리할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만 싸워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 말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이고 이것이 성공하면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것은 단지 확인의 대상일 뿐이라는 뜻이다. 이는 진정한 승리의 부산물인 경쟁에서의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자신과의 절대적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정진하라는 독려다.

‘비교’에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희박한 가능성에 매달려서 계속 ‘비교’하면서 한번뿐인 인생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한다면 지난주와는 다른 화창한 날씨와 만개한 캠퍼스의 봄꽃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가지지 못한 것 대신 앞으로 가질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희망을 품는다면 지금보다 쉽게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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