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늘어나는 고층빌딩
욕망과시 위한 허영에 불과
구시대적 발상은 접어두고
내실있는 정책과 비전 필요

김지민 사진부장
서울 라이트(상암, 133층), 서울 드림타워(용산, 152층), 제2롯데월드(잠실, 112층). 몇 년만 지나면 서울도 뉴욕, 시카고 못지않은 마천루 도시로 거듭날 것만 같다. 이를 통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경기부양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서울시, 더 나아가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들려온다.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나로서는 건설 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건축 기술력의 제고, 해외건설 수주기반을 다져줄 홍보 효과 역시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위에서 언급되는 초고층빌딩, 마천루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가는 중국, 두바이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시카고 고층건물도시거주위원회(CTBUH)의 앤서니 우드는 개발도상국들이 초고층빌딩에 매달리는 것은 ‘그들이 자력으로 초고층빌딩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 역시 선진국 반열에 들어갔음을 선보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결국 마천루는 인간의 상승 욕망을 반영하는 대명사에 불과한 셈이다.

긍정적인 발전 욕구라면 그럭저럭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바벨탑을 지으려다 어떤 값비싼 대가를 치렀나. 하늘에 닿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발전 동력이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을 통해 과시하고자 한 바벨탑은 허영이다. 마천루는 인간의 허영을 채워주는 대신 그만큼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100층 이상의 건물은 각종 첨단 기술과 특수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건축비가  2~3배 들어가며 엘리베이터 등의 제약으로 인해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 역시 힘들다. 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비가 비싸 임대료는 치솟고 빈 사무실은 늘어만 간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후 생겨난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란 말은 역사적으로 초고층빌딩 사업이 활발한 시기 직후 해당 도시나 국가가 경제 침체에 빠진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한다. 크라이슬러빌딩이 건설된 후 미국 대공황이, 말레이시아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완공한 1990년대 후반 아시아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또 다시 저주가설 시작되려는 것인지, 초고층빌딩으로 유명한 두바이는 4개의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바이를 본받자며 초고층건물과 덤으로 4대강 정비를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 새삼 걱정이 앞선다. 물론 얼마간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대형 공사로 인해 하루살이 공사판 일자리가 늘어나고 관련 업계 고용이 촉진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고 난 뒤 정부가 제시하는 밝은 미래만을 믿기에는 너무 불안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 개발, 한류열풍은 긍정적이지만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은 한국이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구성 계획이 잡혀 있는 관광 인프라도 딱히 없는 마당에 초고층빌딩 몇 개로 도시 브랜드가 상승하고 문화도시로 인정받아 한국의 위상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예측은 허황된 과시욕이라는 비판을 넘어서 순진하다.

한순간 잠깐 높아질(높이질지도 의심되지만) 경제지표가 진정한 경제 성장을 말하지 않는다. 하늘을 뚫고 지나갈 것 같은 거대한 빌딩이 바로 관광지가 될 리 없음은 물론 문화적 소양의 증진을 담보할 수도 없다. 건설만능주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선진국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시대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흐름에 걸맞는 발전과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바벨탑을 원하지 않는다. 진정한 발전을 위한 내실 있는 정책과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을 갖춘 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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